사모펀드 MBK, 자산 매각에 집중
이커머스 성장 속 본업 경쟁력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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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자산 매각에만 집중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재투자 실패로, 홈플러스가 본업 경쟁력 강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온라인 중심의 이커머스가 유통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대형마트 업황 자체도 악화한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개시 결정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사전 예방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부진은 지속돼 왔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 당시부터 고가에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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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실적 추이 |
하지만 홈플러스 인수 이후 한 번도 연간 매출 8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2023회계연도까지 3개년 연속 적자도 기록했다. 점포 수는 2015년 142개에서 지난해 127개로 15개점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2개점), 롯데마트(6개점)보다 폐점 규모가 크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10년간 신규 출점 등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인력 감소 문제 역시 거론됐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 소속 노동자 수는 2015년 2만6477명에서 지난해 2만12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MBK는 점포 폐점 및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을 취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및 이자 비용으로 썼다. 또 MBK는 채무 변제에 어려움이 생기자 수익성이 좋은 알짜 점포를 팔기 시작했다. MBK 인수 후 폐점한 점포 수는 14개에 달한다. MBK는 최근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분할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쿠팡 등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대형마트 업계가 쪼그라든 영향도 받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242조8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며, 전년(228조원) 대비 약 14조원 늘어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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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의 비중은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비중은 50.6%로 절반을 차지했다. 대형마트는 높은 고정비 부담과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는 사이 본업 경쟁력 강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에서도 대형마트의 강점을 내세워 그로서리 특화 마켓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마트·롯데마트를 비롯해 여러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신선식품과 먹거리를 내세우고 있어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MBK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홈플러스 임직원과 상거래처의 이익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홈플러스 경영진의 회생절차 신청에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이런 조치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도한 부채로 시작한 MBK가 소매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자 갚는 것에만 집중했다”라며 “이커머스 중심으로 유통산업이 재편되며 대형마트 성장률은 악화했고, 마트 규제 등 제도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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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