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늘어난 1인당 GNI…‘4만弗의 벽’

원화가치↓ 430弗 소폭상승 그쳐
4만달러 진입, 2027년 후 가능성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1년 동안 430달러 밖에 증가하지 못한 이유로는 60원 가깝게 뛴 환율이 지목됐다. 다만, 강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은 대부분 나라가 비슷하게 겪어 국가별 소득 순위 자체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보다 400달러 수준밖에 증가하지 못하며 3만6000달러선 ‘박스권’에 갇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만달러도 2014년 첫 진입 후 11년째 벗어나지 못해 4만달러가 여전히 우리나라에 높은 벽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주된 요인으로 환율이 꼽힌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가 폭락해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를 억제했다.

다만, 국가별 소득 순위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고환율의 원인이 원화 가치 하락이라기보다 달러 강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높은 환율에 따른 소득 감소를 경험했단 의미다. 이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과 대만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624달러로 2023년(3만6194달러)보다 1.2% 늘었다. 1년 동안 430달러 증가에 그친 것이다. 이에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2014년 3만달러대에 진입한 후 11년째 3만 달러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직전 최고치였던 2021년(3만7898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환율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363.98원으로 2023년(1305.41원) 대비 58.57원 올랐다. 1998년 1398.88원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외환위기 당시에 준하는 정도로 폭락했다.

실제로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은 비교적 준수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4995만5000원으로 전년대비 5.7% 늘었다. 달러 기준 성장률과 비교하면 4.5%포인트나 높다.

올해에도 환율은 국민소득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61.8원을 나타냈다. 그 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1.6원 내렸지만, 여전히 1460원대의 높은 수준이다.

4만달러 진입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전엔 2027년엔 집입할 수 있단 전망이 있었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27년엔 4만1000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있는데, 이후 환율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단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에 따른 국민소득 감소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 환율이 오른 이유가 상당부분 강달러 현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유지했다.

강창구 부장은 “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5188달러를 나타냈고, 일본은 한은에서 자체 계산을 한 결과 3만45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이나 대만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환율에 따른 소득 감소 여파가 컸다. 강 부장은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4.3% 절하됐다면, 일본은 7.4%가 절하됐다”고 설명했다. 대만에 대해선 “3.0%가량 절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1인당 국민소득 순위에 대해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6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선 0.2% 성장에 그친다는 기존 전망이 아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소비와 수출에 대해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통관 수출은 1월 설 명절로 조업 일수가 줄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월 들어 소폭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1~2월 합하면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내수 활성화 조치, 개별소비세 인하, 상반기 재정 신속 집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은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거론했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전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을 ▷1분기 0.2% ▷2분기 0.8% ▷3분기 0.7% ▷4분기 0.5%로 예측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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