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치며 맥주 한 잔에 속았다…서울 복판서 70억대 도박판 [세상&]

‘불법 홀덤펍’ 일당 80여명 검거
업주·종업원·상습도박행위자 총 88명
도박장소개설·방조·도박 혐의로 검거


불법 홀덤펍에 설치된 카지노 테이블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 광진구와 동대문구, 강남구 일대에서 장소를 옮겨다니며 70억원대의 불법 홀덤펍을 운영하고 도박을 벌인 일당 80여명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서울 동남권(광진구, 동대문구, 강남구) 소재 불법 홀덤펍 3곳을 적발해 업주와 종업원, 손님 등 일당 총 88명을 검거, 이중 업주 3명을 구속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3개 업소에서 이뤄진 불법 도박의 규모는 게임 베팅액 기준 70억원대에 달한다. 경찰은 도박 현장에서 압수된 현금과 예금 등을 합한 3억여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및 추징보전했다.

서울경찰처 형사기동대는 5일 불법 홀덤펍 단속 현장에서 압수된 현금과 예금 등을 합한 3억여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및 추징보전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일당 중 업주 22명은 도박장소개설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식당과 유흥시설 등이 밀집한 지역에 보드게임장을 운영한다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불법 홀덤펍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카지노 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게임에서 사용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면서 게임 베팅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겼다.

업주들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활용해 손님을 모집하고 업장 내외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신원이 확인된 손님들만 입장시켰다. 또 타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영업 장부를 수시로 폐기하는 한편, 장소를 계속 옮겨가며 영업을 지속했다.

경찰은 이러한 업주들의 불법 행위를 방조한 딜러 등 종업원 21명에 대해선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해당 업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베팅한 상습 도박행위자 45명은 도박 혐의를 받는다. 도박행위자들 중에는 자영업자와 직장인, 전문직, 해외교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남권 소재 불법 홀덤펍을 운영한 업주들은 텔레그램을 활용해 손님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통상 합법적인 홀덤펍에서는 게임 승리자에게 주류나 간식으로 바꿀 수 있는 칩이 제공된다. 그러나 이 칩을 재산상 이익으로 교환해주면 불법이 된다. 현행법상 도박죄는 우연한 승패에 따라 도박자의 재산상 득실이 결정되면 성립하는데, 홀덤펍에서 이뤄진 게임으로 얻은 칩을 현금이나 다른 형태의 재산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 죄에 해당된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에서 게임으로 획득한 칩이나 포인트 등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면서 “홀덤펍 이용자들은 불법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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