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건전성 관리에 발목잡혀…주주환원 더 멀어지나 [머니뭐니]

상장 보험사 11곳 배당 총 2.1조···6년 만에 첫 감소
11곳 중 7곳 무배당 결정·예상···건전성 관리에 급급
금융당국도 킥스 150% 등 합리적 규제 재검토 시사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생명·손해보험협회장, 16개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범준(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험부문 부원장보, 이영종 신한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정종표 DB손보 대표이사,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나채범 한화손보 대표이사,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이사,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구본욱 KB손보 대표이사,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이사,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이사.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국내 상장 보험사 11개 중 지난해 결산에서 배당을 실시한 보험사는 단 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액 규모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정부가 강조해온 주주환원 확대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코리안리)의 올해 배당 총액(2024년 결산 기준)은 2조1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1158억원) 대비 0.03% 줄었다. 이는 지난 2019년(전년 대비 -14.8%) 이후 6년 만에 첫 감소다.

그간 보험 업계는 탄탄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배당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손보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5대 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고, 생명보험 업계 1·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역시 동반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 보험사들은 ▷2019년 1조1567억원 ▷2020년 1조1657억원 ▷2021년 1조5384억원 ▷2022년 1조6084억원 ▷2023년 2조1158억원 등 배당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는 배당성향을 키운 것이라기보다,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해에는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코리안리 등의 배당 확대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보험사들은 사실상 배당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전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각각 3년, 5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지만, 올해 다시 무배당으로 돌아섰다. 현대해상도 23년간 이어온 연속 배당 기록이 깨졌다. 미래에셋·롯데손보·흥국화재·동양생명도 아직 배당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험사들의 배당이 줄어든 것은 건전성 관리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 등 법정 준비금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중 하나로, 고객이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돈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을 별도로 적립할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해약환급금은 지난 2022년 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3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미 보험사들은 IFRS17과 함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도입 이후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지만, 보험 업계에선 건전성 관리가 급급하다 보니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적극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발표한 곳은 삼성화재와 DB손보뿐이다.

올해 건전성 관리가 보험업계의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배당 성향이 되레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배당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고민한다”면서도 “하지만 건전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다 보니 (배당) 상황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보험사의 자본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지급여력비율 완화 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자본 기준이 완화한다면 보험업계의 배당 여력에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의 기본 자본이 약화할 수 있다 보니,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규제 수준을 같이 고민해 볼 것”이라면서 “지급여력비율의 권고치인 150%도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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