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유망…변동성엔 유의”
양자컴퓨터가 장기 투자로 유망하다는 진단에 안정적 운용 성향의 은행권도 최근 퇴직연금 빗장을 풀고 미국 양자컴퓨팅 투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국내 은행권 퇴직연금 최초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에 추가했다. 해당 상품은 국내 유일 양자컴퓨팅 테마 ETF로, 설정액은 작년 말 출시 당시 75억원에서 현재 1635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은 아이온큐, IBM, 엔비디아, 알파벳 등 미국 양자컴퓨팅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약 20개에 투자하는 ETF다. 아이온큐를 비롯한 양자기술 특화 중소형주,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팅 사업을 키워가는 빅테크 모두를 고루 담은 것이 특징이다. 양자 테마에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양자 테마 투자 수요에 힘입어 은행권도 퇴직연금 상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도 해당 ETF를 판매할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우 NH농협은행 투자상품자산관리 부문장은 “고배당 및 가치주 상품에서부터 글로벌 신성장산업 투자상품까지 균형 잡힌 상품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암호 해독, 최적화 문제 풀이 등에 강점을 보여 이른바 ‘인공지능(AI) 끝판왕’이라고 불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1% 성장해 2031년 32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을 ‘장기 투자’로 접근하기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는다. 상용화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양자컴퓨터가 AI와 함께 글로벌 산업 지형을 재편할 핵심 기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서다.
다만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매우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 20~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언하자 아이온큐 주가는 하루에만 39% 급락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관점 상용화 관점에서 논쟁이 여전하다. 상용화된 양자 컴퓨팅은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만 아직은 미완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