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 MBK…등급 강등 직전 ‘홈플 CP’ 발행

회생신청 직전 유동화시장 820억 조달
금리 6%대 인기상품 증권사 통해 판매
미상환 잔액 절반 가까이 개인익스포저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



기관투자자를 상대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직전 개인투자자에게 인기상품으로 통하는 ‘홈플 기업어음(CP)’ 등을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파악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진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 상황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관련 상품에 투자한 개인 자금에 대한 상환 책임은 피하려고 했다는 지적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단기자금시장과 유동화시장에서 운전자본을 마련해 왔다. 매출 발생 이후 영업현금이 유입되는 사이 유동성 공백을 외부차입으로 메워온 상황이다. 주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등을 발행했으며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상환 잔액은 총 5599억원을 기록 중이다.

그러다 지난달 말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으로 강등되면서 조달 여건에 문제가 생겼다. CP와 ABSTB 등 모든 단기 자금은 자체 신용도 기반으로 무보증 형태로 발행된다. ‘A3-’의 경우 한 노치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인 B등급이 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상환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만큼 국내 자본시장 내 투자 수요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MBK 측 입장이다.

결국 MBK는 홈플러스의 운전자본 조달이 어려워질 상황을 고려해 디폴트가 나기 전에 ‘선제적’ 기업회생절차를 택했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이례적인 속도로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 개시를 허가해주면서 홈플러스는 우선 금융부채에 대한 상환 의무는 동결된 상황이다.

다만 홈플러스가 찍은 CP와 ABSTB 등은 개인투자자도 보유 중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홈플러스의 증권 발행 업무를 도왔던 신영증권, 한양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전액 인수한 이후 자체 리테일 창구가 있으면 직접 재판매(셀다운)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수수료를 남기고 전량 대형사에 넘겼다. 홈플러스 증권은 법인, 보험사 등 기관에 판매되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도 인기 상품 중 하나였다.

업계에서는 CP와 ABSTB 등 절반 가량은 리테일 시장에 팔렸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홈플러스의 개인투자자에 대한 채무 역시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만약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 있는 주장이다. 신용평가사가 등급 방향성을 기업에 미리 고지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눴을 개연성이 있다. 이번 단기신용도 평정에서도 홈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말 실적이 반영돼 있다. 신평사에 최근 경영 실적을 제공해 회사 상황을 충분히 공유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MBK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회생신청 3영업일 전인 2월 25일에도 홈플러스는 820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 증권으로 홈플러스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와 체결한 구매전용카드 약정에 기반한다.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유동화시장에서 미리 조달해 지급하고 홈플러스는 약속한 기일에 이자를 포함해 상환하는 식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로 만기 3개월~6개월에 6%대 금리를 보장하는 홈플러스 상품은 개인투자자 사이 인기가 높던 상황”이라며 “개인이 홈플러스라는 사업체를 신뢰하고 투자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회생신청에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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