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통신 보다 AI에 집중할 것 주문
네이버·카카오 등 딥시크 넘어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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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5 내 마련된 ETRI 부스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기자단 제공] |
[헤럴드경제(바르셀로나)=고재우 기자] “화웨이 직원 20만명 중 10만명 연구자입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중국의 기술 굴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MWC25) 내 마련된 화웨이 부스를 방문한 직후다. 동시에 그는 “한국이 각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유 장관은 5일(현지 시간) MWC25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대표 ICT 기업 화웨이 부스를 방문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화웨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서 가본 후 머리가 많이 아팠다”며 “소재, 부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었는데, 새로운 안테나 등 성능도 좋지만 가벼웠다. 통신에 지장을 받지 않는 5G용 안테나 기술, 하드웨어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기술력, 자본력 등에서 중국이 미국과 경쟁할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일 뿐만 아니라 돈, 기술력 등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국가”라면서 “중국이 (미국과) 붙어 볼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받은 충격은 한국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유 장관은 “우리가 엄청난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급 인력은 훨씬 적은데 그마저도 빠져나가고 있다”며 “결국 민관이 하나 돼서 나가려는 사람은 막고, 끌어오기도 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5년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유 장관은 충격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앞서 MWC25에 차린 부스를 돌며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유 장관은 한계가 뚜렷한 ‘통신’보다는 ‘인공지능(AI)’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통신 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며 “AI를 탑재해 새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통신은 자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차원에서 봐주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통신 3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겹치지 않고 나름대로 특색 있게 사업하고 있더라”며 “조금 더 힘을 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준 딥시크에 대한 견해도 나타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유 장관은 “네이버, 카카오, 엑사원, 익시 등 국내 딥시크에 해당하는 모델들이 잘 해왔다”며 “모델 개발에 중요한 게 컴퓨팅 인프라인데, 우리는 이 부분이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딥시크 정도는 금방 넘을 수 있기 때문에 모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 줘야 한다”며 “정부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입해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도 계획 중인데 시간이 문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