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車·철강 부진 “트럼피즘에 흑자 축소 불가피”

상품수지 전년보다 42.7% 급감
석유제품 29.2%↓자동차 19.2%↓
한은 “車·반도체 직접충격 우려”


인천 중구 선광남항야적장에 대기중인 차량과 컨테이너 모습 [헤럴드DB]



1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감소한 기저엔 수출이 있다. 지난해 내내 호황이었던 수출이 1년 4개월 만에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도 함께 줄었지만, 수출이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 계절적 요인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승용차 등 비정보통신(IT) 수출 부진이 확대되고 있는 여파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제를 이끈 반도체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관세로 대표하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12월 대비 100억달러 가깝게 줄어든 이유는 결국 상품수지(수출-수입)의 흑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월 상품수지 흑자는 25억달러로 지난해 12월(104억3000만달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월(43억6000만달러)과 비교해도 절반 가까이(42.7%) 격감했다.

수출 감소세가 거셌다.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1% 줄어든 498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9월(-8억9000만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비IT 품목 수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1월 석유제품 수출은 29.2% 감소했고, 승용차도 19.2% 줄었다. 기계류·정밀기기(-17.3%), 화공품(-13.2%), 철강제품(-7.6%) 등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내 빠르게 성장했던 반도체 수출도 7.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엔 성장률이 30.6%에 달했고, 지난해 같은 달엔 52.8%였다. 전기·전자제품도 0.6% 늘어, 지난해 12월(25.3%) 대비 성장 폭이 크게 줄었다.

1월 수입도 수출과 함께 줄었지만, 감소 폭은 더 작았다. 1월 수입은 473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6.2%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5.5%)·가스(-20.2%)·화학공업제품(-11.4%)·원유(-5.5%) 등 원자재 수입이 9.8% 줄었다. 곡물(-22.7%)·승용차(-8.2%)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10.3% 감소했다.

수출은 미국 신정부 관세 정책에 따라 추가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한국 등 그동안 관세를 면제받아 온 국가에도 예외 없이 부과하기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오는 12일부터 부과하는 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은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도 관세 인상을 언급해 우리나라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것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에 대응해 미국 현지생산으로 방향을 틀면서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 산업은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소재·부품·장비를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형태가 많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송 부장은 “(관세 정책이 실행되면) 중간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 교역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감소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수출이 동시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1월 수출도 미국(-9.4%)과 중국(-14.0%) 수출이 동시에 많이 감소했다.

올해 연간 전망에 대해선 “금년 전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서는 축소될 것”이라며 “중국 제품의 글로벌 시장 공급 확대와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인해서 비IT 부문이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월 상품수지와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 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1월 수출 감소 요인 중 하나인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가 사라지면서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송 부장은 “연말, 연초의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작년 12월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며 “2월에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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