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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 창원기술지원 센터 전경 [현대위아 제공] |
EV 등 미래 모빌리티 부품 개발 집중
EV 공조시스템 시장 선점 위한 선제 투자
전기차용 공조 모듈 하반기 양산…PV5 탑재 예정
방위산업 분야 성장세 뚜렷 “화포 기술력 입증”
[헤럴드경제(창원)=서재근 기자]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이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기후 특성 탓에 승용차와 SUV(스포츠유티릴티차량)를 막론하고 4륜구동(4WD)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차박’,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 인구 증가세로 SUV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4WD 시스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4WD 시스템의 틀을 제작하는 기업이 바로 현대위아다. 1976년 기아기공으로 첫발을 뗀 현대위아는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위아는 차량 부품 외에도 K9자주포와 K2전차의 무장조립체와 81㎜ 박격포 등 방위 산업 제품을 만들며 K-방산 성장의 한 축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물류로봇과 주차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지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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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 창원2공장에서 로봇팔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위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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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만 수m에 이르는 거대한 로봇팔이 쉴 새 없이 부품을 옮기고, 질서정연하게 옮겨진 수백, 수천개의 부품이 마치 거대한 오븐에 들어가는 빵반죽을 연상케 하듯 열처리 공정을 위해 뜨거운 가마 속으로 들어간다. 공정을 마치고 완성된 부품은 사람의 손이 아닌 여러 대의 물류로봇(AMR)을 통해 지정된 장소로 옮겨진다.
지난달 21일 경남 창원시에 들어선 현대위아 창원2공장. 이곳에선 승용차의 액슬(차축)과 ATC(후륜 기반 4WD 시스템), 차동제한장치(e-LSD) 등 핵심 부품이 쉴 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액슬은 차량의 전·후륜 좌우 바퀴에 엔진 동력을 전달하고, 원활한 선회를 돕는 핵심 부품이다. 8개 조립 라인과 34개 가공 라인으로 구성된 이 공장에서는 연간 최대 78만대분의 액슬을 만든다.
ATC는 도로의 상태와 주행 환경에 따라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부품으로 눈길이나 빗길처럼 도로가 미끄러울 때는 동력을 50대 50으로 배분해 접지력을 끌어올린다. 일상 주행에서는 뒷바퀴에 동력을 집중해 승차감과 연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30년 넘게 4WD 부품을 생산해 온 현대위아는 전륜 기반 4WD 구동 동력 구동 장치인 PTU를 바탕으로 전자식 커플링(전륜 기반 4WD 제어기)에 이어 ATC를 양산하며 4WD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난 2022년 기준 회사의 PTU의 누적 생산량은 1000만대를 넘어섰다.
김성은 현대위아 구동생산팀 책임은 “현대차·기아의 전륜 기반 4WD 시스템 생산을 전담해 온 현대위아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이후 후륜 기반 4WD 부품 및 시스템 개발로 영역을 넓혔다”며 “제네시스 GV70, GV80과 같은 SUV 라인업은 물론 G80, G90 등 세단 라인업까지 양산 중인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4WD 구동 부품 모두 현대위아의 손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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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현대위아 창원2공장에서 후륜기반 4륜구동 부품인 ATC가 조립되어 나오고 있다. [현대위아 제공] |
현대위아는 차량 부품 외에도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생산한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엔진을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연 200만대 이상의 엔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의 4가지 핵심 사업분야(자동차부품·모빌리티 솔루션·공작기계·방위산업) 가운데 자동차부품에 해당하는 엔진과 부품 생산은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중추를 맡고 있다.
실제 현대위아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0.3% 줄어든 8조563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중국 공장에서의 엔진 물량 증가와 4WD 등 자동차 부품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같은 기간 3.3% 늘어난 23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2527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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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비결은 현대위아의 ‘품질경영’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론칭 초기 당시 수입 부품을 사용했다. 이에 현대위아는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년 5개월여 동안 ATC 개발에 매진했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현재 모든 제네시스 차종에 현대위아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현대위아는 주행성능과 안전성·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스웨덴과 뉴질랜드를 비롯해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서킷에서 수개월간의 극한 시험을 거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엔진에서 힘을 받아 분배하는 토크 정확성을 10% 가량 높였고, 제품이 작동하는 응답 시간 역시 경쟁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동화를 통해 공정 오류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 역시 현대위아가 가진 경쟁력으로 꼽힌다. 창원 2공장의 경우 조립라인은 85%, 가공라인은 100% 자동화를 이뤘다. 김성은 책임은 “2공장뿐만 아니라 1, 3공장 모두 생산라인 품질검증 시스템(Error proof), 품질모니터링 시스템(HIPIS)을 활용해 공정에 문제가 생길 시 알림을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라며 ““생산 라인에서 나는 불량률은 0.02% 수준으로 이마저도 검증 시스템으로 대부분 필터링이 되는 만큼 사실상 불량 부품이 출고되는 일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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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C 부품(왼쪽 위 두 번째)이 열처리 공정 등을 거쳐 제작되는 모습. [현대위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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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전동화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미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인 e-LSD(자동자의 주행 상황에 따라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를 개발해 양산 중이다. 이 제품은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등에 탑재되고 있다.
현대위아는 전기차의 모든 바퀴의 구동력을 독립제어할 수 있는 전동화 토크 벡터링 시스템(e-TVTC)도 개발 중이다. 각 바퀴의 토크를 독립 제어할 수 있어서 4륜구동 제품의 완성형으로 불리는 부품이다.
기존 자동차 부품을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등속조인트를 발전시킨 기능통합형 드라이브액슬(IDA)이 대표적이다. IDA는 자동차의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와 휠 베어링을 일체화했다. 이를 통해 강성은 기존보다 50% 이상 높였고, 부피와 무게는 1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부품은 아이오닉 5 등 현대차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전반적으로 전동화 시대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위아가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신사업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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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가 개발한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인 e-LSD(왼쪽)와 통합열관리시스템 [현대위아 제공] |
현대위아가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회사 핵심 먹거리로 낙점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통합 열관리 시스템(ITMS)’다.
김태형 현대위아 차량부품생산실 실장(상무)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전동화 전화 속도가 살짝 더뎌지긴 했지만, 오는 2030년부터 전체 완성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모델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물론 감소세가 급격하진 않겠지만, 전동화 100% 시대가 되면 현재 2·3공장 제품들은 모두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대위아가 열관리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 역시 이 같은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위아는 선제적 투자의 일환으로 최근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현대위아 의왕연구소 내 연면적 6069㎡ 부지에 ‘열관리 시험동’을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열관리 시스템의 모듈·시스템·차량 단위의 성능 개발과 내구 테스트 등이 이뤄진다. 아울러 ‘간헐가변속 시험’, ‘열 충격 시험’ 등 50종이 넘는 시험이 진행된다.
앞서 2023년 5월에는 ITMS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냉각수 허브 모듈’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 모듈은 창원시에 위치한 현대위아 창원1공장에서 연 최대 21만대 규모로 생산이 이뤄진다. 우리나라 부품사 중에서 냉각수 허브 모듈을 양산한 것은 현대위아가 처음이다.
현대위아는 열관리 시험동을 기반으로 공조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공조 시스템은 자동차 실내의 냉난방을 책임지는 필수 부품이다.
김태형 실장은 “현대위아의 공조 시스템 분야 매출은 아직 연 200억원 수준이지만, 기아 EV9를 기점으로 점차 적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기아의 PBV(목적기반모빌리티)인 PV5에 공조 시스템 공급을 확정,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공조 시스템 양산을 기반으로 ITMS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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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 전시센터에서 개막한 ‘IDEX 2025’에 참가한 현대위아의 전시장 모습. [현대위아 제공] |
현대위아는 ‘국내 유일 자동차 엔진 생산 부품사’ 외에 ‘국내 유일 화포 전문 생산업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지난 1984년 항공기 랜딩기어 국산화 이후 지속적으로 항공기 부품과 화포 등 방위 사업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현대위아는 최근 K-방산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9 자주포와 K2전차의 포신을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다양한 화포를 선보이며 ‘화포 체계사’로 성장 중이다. 소형전술차량에 탑재한 ‘경량화 105㎜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이 자주포는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의 신속연구개발사업으로 개발한 체계로, 기존 자주포보다 긴 약 14㎞의 최대 사거리를 지닌다. 무게를 줄여 대형 기동 헬기를 활용한 공중 수송도 가능하다.
현대위아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 전시센터에서 열린 ‘IDEX 2025’에 참가, 경량화 자주포 외 차량탑재형 81㎜ 박격포와 차량탑재형 대 드론 통합방어 체계(ADS)를 공개한 바 있다. ADS는 라이더와 광학장치를 통해 드론을 탐지 및 식별하고, 사격하는 무기체계다.
방산 분야의 매출 성장세도 뚜렷하다. 이 부분 매출은 지난 2023년까지 2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연간 최대인 3457억원으로 늘어났다.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방산 부문 비중도 2%대에서 지난해에는 4%대로 상승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모빌리티와 방위산업 시장의 변화가 매우 빠르고, 크게 다가오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모빌리티 부품사이자 방위 산업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