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밥, 무조건 1000원 아녔어?” 이러다 식당서 ‘밥’ 추가도 못 하겠다 [지구, 뭐래?]

식당에서 제공된 공깃밥.[유튜브 맛있겠다 yummy 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수십 년 동안 1000원이었는데”

가격을 살펴볼 필요도 없는 유일한 메뉴. 공깃밥 추가. 가게 종류를 막론하고 ‘1000원’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옛날얘기.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의 주식인 ‘쌀’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고 있다.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쌀과 밀, 옥수수 등 주요 작물들의 생산량 또한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5도 이상 상승했다. 본격적으로 ‘식량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뭄으로 마른 논.[게티이미지뱅크]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실린 핀란드 알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해 오를 경우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많게는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쌀과 옥수수, 밀, 감자 등 주요 작물을 키우는 농경지 면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당 농작물들은 세계 식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증가할 경우, 70~80% 가까이 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전남농업박물관 모내기 체험 사진.[헤럴드DB]


아울러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일정 기점을 중심으로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기온상승의 부작용이 서서히 적용되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며 미처 대비책을 마련하기 전에 식량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농업과학원은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했을 때 전체 옥수수 수확량이 10.8%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5도 상승했을 때 0.18% 생산이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다. 단 0.5도 차이에 따라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셈이다.

식당에서 제공된 공깃밥.[X(구 트위터) 갈무리]


특히 ‘쌀’의 경우 사정이 심각하다. 쌀은 전 세계 인구 절반가량인 35억명이 주요 작물로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쌀 수확량은 5.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50년까지 수확량이 1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쌀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는 반대다. 2025년 쌀 시장 규모는 38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8.8%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쌀을 소비하는 동남아시아 등 적도 지역의 인구가 지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내기 모습.[헤럴드DB]


우리나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벼 수확량은 이전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3도 상승 시 8.2%, 5도 상승 시 14.9%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곡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커피 원두의 경우 지난 2월 1977년 이후 48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년 동안 2배가량 가격이 오른 결과다. 코코아 가격 또한 지난해만 1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농업 부문의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주로 수확되던 과일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사과. 지난 30년간 한국의 노지 사과 재배 면적은 35.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따라 재배 작물을 바꾸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에서도 아열대 기후에 맞는 새로운 작물 재배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는 빠르지 않다. 새로운 장비, 종자, 관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한 데 더해, 기술 습득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의 아열대 작물 전시포.[헤럴드DB]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상승했다. 식량위기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2도 상승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하지만 세계 인구는 지속해서 늘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또한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첨단 농업 기술을 보급하는 등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통해 2021년 44.4%의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높인다는 목표를 정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 공급망 위험에 대비해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를 지원하는 한편,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전략작물 재배 농업인에 대한 직불금(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는 등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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