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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를 향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입장 변화를 놓고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루비오 장관은 플로리다주에서 연방상원의원으로 3선을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인 인물이다.
초선 때인 2014년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상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미국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영국, 러시아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세계 각국이 더는 자유세계의 안전 보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루비오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푸티늘 만나기 위해 애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깡패이자 폭력배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했다.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싸우는 한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당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루비오 장관의 성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해진 후부터 바뀌는 모습이 감지됐다.그는 지난해 2월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해외 원조 패키지 법안을 반대했다. 남부 국경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거론했다.
동맹을 중시한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고립주의’ 노선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더더욱 받아들였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도 양보해야겠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며 타협론을 거론했다. 러시아 제재 해제도 협상 일부가 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 전쟁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라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입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반겼다.
루비오 장관은 최근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린 채 방송을 출연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가톨릭의 ‘사순시기(四旬時期)’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맞아 관련 전통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쿠바 출신 가톨릭 신자인 그는 “오늘은 재의 수요일, 참회와 겸손의 날”이라며 “미국과 전세계 수백만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날은 우리의 나약함과 선행을 해야 할 필요를 되새기는 신앙의 날”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나선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왔다. 공직자가 ‘종교적 상징’을 가감 없이 내보인 건 정치에 종교를 끌어들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