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채권 5000억·구매카드대금 4000억
일부 협력업체 납품중단에도 ‘정상영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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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할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한 현금 창출력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빠진 홈플러스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00억원 이상 납품대금을 마련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구상이다. 납품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앞으로의 과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마트·온라인·몰·익스프레스 전 채널에서 창립 28주년 기념 대규모 할인 행사인 ‘홈플런 이즈 백’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홈플런 행사보다 할인 품목 수를 1만5000여개로 10% 늘리며 역대 최대 매출을 노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런 효과 등 영업활동으로 이달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홈플러스의 가용 현금잔고는 3090억원 수준이었다. 이를 합산하면 이달 중 홈플러스가 쓸 수 있는 현금은 약 6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채무 부담이 경감되면, 영업활동을 통해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매달 협력업체, 임대점주(테넌트) 등에 정산하는 상거래채권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물품·용역대금은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홈플러스가 지난 7일 법원에서 조기 변제를 허가받아 지급 중인 상거래채권은 지난해 12월분부터 올 2월분까지 총 3457억원 규모였다.
상거래채권은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으로 나뉜다. 회생절차 개시 20일 전(2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발생한 것이 회생채권, 이후에 발생한 것이 공익채권이다. 법원의 변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거래채권은 회생채권이다. 공익채권은 법원 승인 없이 변제가 가능해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지급을 재개했다. 채무조정대상인 금융채권 2조원을 제외하더라도 당장 홈플러스는 회생채권(3457억원)과 회생절차 개시 20일 이내 발생한 납품대금과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구매전용카드대금채권까지 고려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구매전용카드는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매할 때 일부 사용하는 지급수단이다. 카드사가 협력업체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 홈플러스로부터 상환받는 구조다. 홈플러스는 이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해 자본시장에서 상환 자금을 조달해 왔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가 오는 5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카드대금이 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카드대금채권의 상거래채권 해당 여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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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할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상거래채무의 결제를 포함해 모든 부분을 정상화하겠다”며 “단기자금 채무를 포함한 금융채무를 회생계획에 따라 모두 변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앞으로 협력업체 납품과 대금 지급의 선순환을 지속하려면 협력업체들과의 협상이 중요하다. 앞서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지연된 납품대금을 지급받고 납품을 재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팔도 등은 여전히 납품을 중단한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은 조속한 대금 납입 및 확약, 정산주기 축소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의 정산주기는 통상 45~60일이다. 평균 25일 내외인 이마트나 20~30일 정도인 롯데마트보다 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대기업들은 협의를 통해 납품을 재개하고 있지만, 협상력도 약하고 정산이 며칠 밀리기만 해도 휘청이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납품 불안 사태가 조기에 안정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납품 중단 얘기는 중견기업 이상 제조사들에서 나오고 있고, 신선식품 납품업체 중에서는 납품 중단을 한 곳이 없다”며 “신선식품이나 델리, 베이커리 등 본업을 중심으로 정상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오는 18일까지 법원에 채권자 목록을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신고기간은 다음 달 1일까지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다음 달 29일까지 조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은 6월 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