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식 차입경영, 고려아연 인수 시 적용 가능성
제련업계 “핵심 기술·알짜 계열사 매각 우려 커져”
기관투자자·소액주주 표심 변화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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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대형마트 국내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신청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홈플러스 소유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MBK가 현재 추진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에서도 그동안 무리하게 진행했던 차입 경영 사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주요 핵심광물들을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 민사합의부는 지난 7일 MBK·영풍 연합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 일부를 인용했다.
법원이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면서 MBK·영풍 측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중투표제란 주식 1주마다 이사 후보 수만큼의 의결권을 제공하면서, 이사 후보 1명 또는 특정인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고려아연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46.72%에 달하는 반면, 현 고려아연 경원진 측의 우호 지분은 39.16%로 파악된다. MBK·영풍 측이 올해 이사회를 한 번에 장악하는 것은 힘들지만, 1~2년 안에는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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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소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 과정에서 MBK의 경영 부실과 무분별한 소매 채권 발행 등의 이슈가 불거지고 있어 향후 인수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MBK가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의 금액을 들여 사들인 홈플러스는 쿠팡 등 이커머스의 급성장에 밀렸고, 지난 수년 동안 매년 1000억원에서 2000억원대에 달하는 지속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모펀드로서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 정상화를 철학으로 삼아왔던 MBK 입장에서도 홈플러스 사태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슈로 꼽힌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6조원에 달하던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투자금 회수의 주요 수단으로 평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향후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면 부동산 대신에 고려아연의 우량 계열사나 핵심 기술을 매각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는 홈플러스 경영에서 이른바 ‘알짜 점포’의 부지를 매각하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 또는 상가가 개발되면 그 건물에 들어가 일부 층을 임대로 사용하는 세일앤드리스백 전략을 써왔다. 이는 추가비용 없이 시설 리뉴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산매각으로 인한 기업 규모 축소와 임대료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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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
이러한 전략은 MBK가 국내 유통 업계 흐름에 맞춰 경영 전략을 구상해 추진하기보다는 점포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점 중 하나다.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도 MBK의 경영권 인수 시 현재 보유히고 있는 핵심계열사와 기술이 해외로 매각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받은 전구체 원천 기술,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받은 황산니켈 관련 가공기술 등은 해외에 통째로 매각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해외 기업과의 사업 제휴 등을 통한 기술 이전 등 법적 규제를 피하는 우회적인 매각 방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와 인듐 등 핵심 광물을 비롯해 반도체용 황산·아연·연·금·은·동 등 필수 산업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이자 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하는 등 국가경제에 있어 그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경영 실패로 인한 파장이 홈플러스 보다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려아연이 독점 공급하는 광물이 많아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홈플러스와 달리 고려아연은 부동산이 많지 않다”며 “우리가 가진 자산 중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기술’”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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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공동취재단] |
국민연금을 포함한 다수의 기관투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들은 그동안 MBK·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으로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이번 사태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MBK가 그동안 스스로 고려아연 밸류업의 적임자라고 주장했으나,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MBK가 투자자 신임을 저버리며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MBK는 해외 LP 네트워크가 탄탄해 해외에서는 문제 없을지 몰라도 국내 펀드레이징과 인수금융은 이제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홈플러스를 포기하면서 고려아연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개선하겠다는 주장도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느 쪽이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선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36.5%까지 상승했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취득할 당시 MBK 측은 약 1조5000억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70%가 넘는 약 1조1100억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었다. 자기자금이 아닌 대출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것으로, 추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차입금은 수조원대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현재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으로 ‘몸값 부담’까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BK가 훗날 차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보다 더 높은 값에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이 막대한 부채를 그대로 껴안아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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