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그림자’ 가려진 與잠룡들…존재감 과시 한계

尹에만 쏠린 시선…“후보 사라져”


여권 대권주자들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법원의 구속 취소 인용 결정 이후 관저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수 진영 지지층의 관심이 쏠리면서다. 대권주자들은 각자 계획대로 조기 대선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대통령 구속 취소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 지지층 ‘구애’에 나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잠룡들은 앞서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하며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리는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 국회 무궁화포럼 토론회의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올랐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서울시·서울연구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었고, 지난 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해 ‘국민개헌연합’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에는 외교·안보 영역으로 보폭을 넓힌 것으로, 이달 중순쯤 ‘다시 성장이다’라는 비전서를 예정대로 출간하고 청년 세대와 취약계층, 지방, 국제사회 등에 관한 청사진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전날(10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을 탄핵 심판하고 형사 재판을 하는 문제를 다루는 데 절차적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난 8일에도 “법원이 법에 따라 판결한 것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했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세종시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석방되셔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헌법재판소는 보다 냉정하게 다시 시간을 정해둬야 한다”며 “모든 일정을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정하고, 대통령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퇴임 전으로 정해놓고 하는 졸속 재판은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재판이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수의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지지율 선두를 달린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대한민국을 위해 뭐든지 하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전날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에서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열어 개헌 주장을 이어갔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신구속은 절차적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법원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 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대권주자들이 연일 공개 일정과 발언을 쏟아놓고 있지만, 정작 여권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이다. 관저에 머물면서 조용히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국민의힘 지도부 등과 추가 면담을 통해 메시지 내놓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의 석방 지휘로 풀려난 직후 “응원해 준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9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공개 차담에서는 “당을 잘 운영해 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관저 정치’에 나서게 되면 대권주자들이 움직일 공간이 적어진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다 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게 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힘을 빼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유 전 의원도 이날 “만약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있는데, 형사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로 간다면 국민의힘 후보는 뒤로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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