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만 되는 거였나…尹측근 저서도 “구속기간 날짜로 계산해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간은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새로운 논리로 구속이 취소된 가운데, 구속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짜로 계산해야 맞다는 법조계의 기존 해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이 저술한 저서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가 참여한 저서에서 잇따라 ‘날짜로 계산해야 한다’고 해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역시 윤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수감인들에게는 구속기간을 날짜로 계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오직 윤 대통령에게만 예외를 적용해 석방시켰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에 따르면, 2017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제5판)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부터 법원이 발부한 날까지는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술하며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에 대해 ‘시’로 규정하지 않고 ‘날’로 규정한 것을 유의해야 한다. 즉, 산입하지 않는 기간은 날수로 계산된다”고 명시했다.

가령 5월 1일 체포돼 2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영장 청구부터 발부까지의 기간인 이틀은 구속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책은 예를 들었다. 즉 이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체포 이후 열흘째인 10일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도 아니며, 날짜 기준으로 이틀을 더한 5월 12일 자정까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1월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1월 27일 자정까지가 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17일부터 영장이 발부된 19일까지 사흘을 구속 기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시간 단위로 계산해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26일 오전 9시7분까지’로 본 것과 배치된다.

책의 해당 부분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이 저술했다. 검찰 출신인 이 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2020년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건 당시 윤 대통령 측 변호를 맡았다.

심지어 지귀연 부장판사 본인이 저술에 참여한 책에서도 ‘구속기간은 날짜로 계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사법행정학회가 2022년 10월 발간한 ‘주석 형사소송법’(제6판)에는 “일(日)을 단위로 하는 기간에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재정신청기간, 상소제기기간 등이 있다”고 적었다.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로 계산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해당 책은 노태악 대법관이 편집대표를 맡았고, 지귀연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형사재판 실무에 밝은 현직 판사 17명이 집필에 참여한 최신판이다. 지 부장판사는 책의 다른 부분을 집필했지만, 공동 주석서는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내용도 상호 감수 등을 한다.

윤 대통령에게만 종전에 없던 기준을 적용하면서 법조계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구속돼 있는 수감자들 측에서는 ‘시간 기준으로 계산되면 우리도 석방될 수 있다’며 구속취소 청구를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반면,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는 어떤 기준이 맞는건지 명확한 지침을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받아들였던 검찰은 입장을 바꿔 ‘다른 이들에게는 구속기간을 날짜로 계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11일 기획조정부 소속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돼 온 법원 및 검찰 실무례에 부합하지 않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있었다”며 “각급 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에는 가급적 신속히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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