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서 유연성 언급
EU 보복 관세 발표하자 하루 만에 맞대응
“유럽산 와인·샴페인에 200% 관세 부과”
EU 집행위 “협상에 열려 있다” 여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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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상호 관세가 발효될 때까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발언한 지 하루만에 관세에 대해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알루미늄 관세와 4월 2일부로 발효되는 관세(상호 관세)에 변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지난 12일부터 25% 부과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년간 갈취당했고,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알루미늄이든, 철강이든, 자동차든 나는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항변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자신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EU의 보복 조치가 발효되자 하루 만에 관세 정책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각종 경고음에 대해서도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과 맞물려 미국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지난 3주간의 작은 변동성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기 및 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관세 공방’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대국인 캐나다에 대해서도 “우리는 캐나다가 가진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삼겠다는 자신의 흔들림 없는 구상을 설파했다.
그는 또한 애플의 5000억 달러(약 727조원) 투자 구상, 페이스북의 연내 600억 달러(약 87조원) 투자 등 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관세가 미국 내 투자를 끌어내는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 0시 1분을 기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만 무역전쟁 당사자들이 “굴복하지 않겠다”며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등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때로는 관세를 유예하고 때로는 재보복 의지를 천명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보복 관세에 대해 재보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태동된,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악랄한 조세 및 관세 당국인 EU가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못된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이 관세가 즉시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와 다른 EU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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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회담에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해 있다. [EPA] |
그는 “(이런 조치가) 미국의 와인과 샴페인 산업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위스키 관세는 4월 1일부터 EU가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1단계 보복 조치’다.
1단계 조치는 EU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했다가 현재는 중단된 ‘재균형 조처’를 재발동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에 품목별로 10∼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1기 당시 재균형 조처는 일부만 시행됐으나 이번엔 전면 시행돼 2018년보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타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된다.
EU는 2단계 조처로 4월 13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미 공화당 지지 성향이 높은 주의 ‘민감 품목’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주류 관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언제나 말해왔듯 우리 이익을 보호할 것이지만, 동시에 협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내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미국 측 상대방과 통화를 하고 정확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앞서 이날 집행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응 경고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준비돼 있다”며 미국에 철강 관세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U 회원국이자 미국의 주류 관세 현실화 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인 프랑스는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산업 부문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로랑 생마르탱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촉발한 무역전쟁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 관세에)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