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민감국가 분류’에도 둘로 나뉜 정치권…“尹 파면”vs“탄핵 남발 때문”

여야, 외통위 긴급현안질의 조율 중
바이든 정부에서 이미 목록에 포함
외교부 “사안 엄중…관계기관 협의”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조 바이든 정부에서부터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원자력 및 인공지능(AI) 연구 협력이 일부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추가했다고 확인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는 우선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전체회의 개최 여부를 조율 중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 소속 외통위원들은 민감국가 분류와 관련한 전체회의와 현안질의를 여당 측에 요구했다.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재선·서울 성북구갑)은 통화에서 “어제(15일) 김건 국민의힘 의원(초선·비례대표·여당 간사)에게 요구했고, 검토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부정적이었다. 오늘 다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시작해 광화문광장 인근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전날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부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화문 집회 장소에서 열린 회견에서 “상황이 이렇게 되는 동안 대체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가? 지난 11일 외통위 전체회의 당시, 장관은 여전히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했다”며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정부가 지정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무능 혹은 임무 방기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우리 정보당국과 외교부가 제 역할을 못 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미 정부의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하여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즉각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원인으로 여당에서 나온 ‘핵무장론’을 지목했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의 원인이 윤석열의 내란 행위로 인한 한국의 정정불안과 국민의힘의 독자 핵무장론 주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시행까지 남은 한 달의 시간 동안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철회를 얻어내야 한다. 민주당도 함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혼란의 원흉인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고, 대한민국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국가’로 되돌려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반면 여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전략적 판단 없이 내려진 행정적 조치가 한미 협력에 혼선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외교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통상·외교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리더십 공백으로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미 통상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통상 전문가이지만, 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경제·통상 현안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정략적 탄핵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탄핵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감국가 분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올해 초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조치로, 우리나라는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된 상황이다. 미국 측에서는 과학·기술 협력에 제한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이 DOE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할 경우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제한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4월 15일로 예정된 민감국가 지정 발효까지 총력 외교전을 펼칠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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