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에서 되새기는 3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 단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흙놀이하며 부르는 한국 전래동요 노랫말처럼,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한국관은 30년을 기점으로 ‘헌 집’과 ‘새 집’으로 나뉜 시간을 읽고 다시 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7일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5월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올해 건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다. 두꺼비는 동서양 문화권에서 재생과 변화를 상징하는 설화적 존재다. 그런 두꺼비가 전시의 보이지 않는 화자가 돼 한국관의 건립 계기와 지난 시간을 되짚으며 건축적 의미와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건축전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CAC(Curating Architecture Collective, 정다영·김희정·정성규)는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 박희찬(스튜디오히치),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 등 4명의 작가와 지난 30년간 한국관이 쌓아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재해석한다.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예술감독 CAC(Curating Architecture Collective, 정다영·김희정·정성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관 전시 참여 작가 4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현종, 박희찬, 이다미, 양예나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다영 CAC 큐레이터는 “집에 관한 우화로 가득한 ‘두껍아 두껍아’ 전래동요 가사에는 집의 재생과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며 “한국관이 단순한 전시 장소가 아니라 다층적 의미를 가진 생명체라는 점에서, 그로토(Grotto·동굴)를 연상시키는 집짓기 노래를 은유적 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1995년 설립된 한국관은 건축가 고(故)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일반적인 전시관인 화이트 큐브가 아닌 철 골조의 비정형 유리 건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건립 당시 부지 내 나무를 한 그루도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한국관은 투명한 몸체, 직선이 아닌 자유로운 곡선의 평면, 땅 위에 떠 있는 구조체로 지어졌다.

한국관은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 내 29개 국가관 중 마지막으로 지어졌으나, 올해부터는 카타르관이 새로 들어서면서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한국관 준공 당시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작들은 한국관 건축에 영향을 끼쳤던 여러 요소를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이다미는 한국관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고양이 ‘무카’ 등 지난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관의 숨은 존재들을 드러낸다. 양예나는 필로티로 떠 있는 건물 하부에 3000만 년간 묻혀 있던 가상의 땅속 수호신에 대한 서사로 원초적 시간을 다룬다. 박희찬은 한국관을 둘러싼 나무에 공감각적으로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만든다. 한국관 옥상도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김현종은 한국관 옥상에 바다를 향해 돛을 편 듯한 형상의 작업을 설치한다.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라티가 예술감독을 맡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5월 10일 개막해 11월 23일까지 약 6개월간 열린다. 가장 우수한 건축을 선보인 국가관을 뽑는 ‘황금사자상 국가관’은 8월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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