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부당대출 900억 육박···부당 점포개설도
빗썸, 전·현직 임원에 부적정한 사택 임차계약 제공
내부통제 유명무실화···제도 개선·가이드라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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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회사들이 퇴직자, 임직원 가족, 지인 등 이해관계자와의 특수관계를 이유로 부당한 거래를 벌인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사례에선 사고 발생 사실을 축소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은폐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가상자산사업자,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직 임직원뿐 아니라 퇴직 임직원과 그 가족·친인척, 입행 동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루된 다수의 위법·부당 거래를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검사에서 드러난 주요 사례는 ▷점포 입점 ▷대출 실행 ▷자회사 지원 ▷외부 계약 체결 등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 전반에 걸쳐 발생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구체적 사례를 보면 내부통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에서 사적 관계에 따른 특혜 제공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퇴직 직원 G는 부동산 시행업 등을 운영하면서 재직 중인 배우자(팀장·심사역), 입행 동기(심사센터장·지점장), 사모임, 거래처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했다. G는 이들과 함께 대출 관련 증빙자료와 자기자본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묵인하는 방식으로 총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특히 지점장과 배우자인 심사역은 G가 허위 증빙을 이용해 쪼개기 방식으로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매입하려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64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대출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 8명은 G 등으로부터 총 15억7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했다.
해당 사고는 은행 내부 자체조사에서 인지됐지만, 금감원에 대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사고 축소를 위한 문건이 작성됐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허위·축소·지연 보고가 이뤄졌다.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하자 관련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이 삭제되는 등 검사방해 정황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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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직원 G의 토지매입 관련 부당대출 흐름도. [금융감독원 제공] |
빗썸은 사택 임차 제도를 악용해 현직 임원이 자신의 부동산을 회사가 임차하도록 결정하거나, 사택 제공을 가장해 개인 분양주택의 잔금 납부 명목으로 임차보증금을 수령하는 등 사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저축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하면서 시행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기 위해 외부 자금을 자기자본처럼 가장하고 대출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 담당자는 대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고, 자금 중개에는 법무사 사무장이 연루됐다.
여전사의 경우 임직원이 가족 명의의 차명 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법인을 통해 대출을 실행하고 특정 업체에 자금을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연계투자 규제를 회피한 사례가 드러났다. 한 지역 농협 조합에서는 법무사 사무장과 공모해 매매계약서를 위조하고, 시세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총 1000억 원이 넘는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내규인 ‘윤리규정’, ‘복무규정’ 등을 통해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당사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내부통제 절차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면서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를 예고하고, 사례 분석을 통해 금융권 이해상충 방지와 관련한 내부통제 실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이해상충 방지 가이드라인 제정과 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책무구조도 작성과 준법제보 활성화 등 기존에 추진해온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해관계자와의 부당거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