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결국 터졌다”…기계·차 부품 등 미국수출 중소기업 벼랑 끝 위기

납품·수주 지연 이미 현재 진행형
미국, 중기 1위 수출국…여파 눈덩이
화장품 등 생활용품도 관세피해 우려
정부·여야, 트럼프 정부 설득 신뢰회복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에 생산 작업을 마친 알루미늄이 놓여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 유재훈·김상수 기자] “잠도 못 자요. 정부도 아니고, 일개 중소기업이 관세전쟁에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중소 철강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인데, 중소기업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냥 힘든 건 견딜 수 있는데, 언제까지 얼마나 힘들지 모른다는 건 기업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에 소재한 중소기업 B사도 비상이다. 매년 70만 달러 규모의 산업용 펌프를 수출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납품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상태다. 충남 소재 중소기업 C사는 국내 대기업의 멕시코 현지법인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납품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세 이슈가 불거지면서 납품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시름하는 수출 중소기업 입장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소기업계는 미국의 상호 관세조치 발표와 관련, 예정됐던 ‘관세폭탄’이 결국 터졌다는 한숨이 가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보복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국내 중소기업 해외수출 1위 국가라는 데에 있다. 그 여파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미국에 187억 4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전년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중소기업 총 수출액 1151억 달러 중 16.3%를 차지했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연간 최대 수출시장에 등극했다.

업종 중에서도 기계 및 장비 제조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작년 기준 중소기업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에서 화장품을 제외한 9개 품목이 모두 제조업이다.

특히 12억 3000만 달러를 수출한 자동차부품과 더불어 플라스틱 제품(10억 1000만달러), 전력용 기기 (10억 3000만 달러), 반도체 제조용 장비(5억 1000만달러) 등이 관세폭탄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에 현지법인을 둔 전기·에너지 설비 중소기업 대표는 “미국 현지 바이어 입장에서 100원에 수입하던 제품에 25%의 관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면 물류, 통관 같은 번거로움이 없는 자국산 제품에 눈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제품이 아무리 기술력과 품질이 좋아도 결국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면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중기업계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미국의 보호관세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반도체 정도였는데, 이번 조치로 주요 수출 품목인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까지 관세 피해가 미치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EU나 일본처럼 보호관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수출국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낮은 20%, 2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라며 “탄핵국면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관세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계없이 정부와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미국 정부에 설득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일 관세청과 공동 현장 간담회를 갖고, 미국 관세 수출 피해 우려 중소기업에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신속 지원하는 ‘수출 바로(barrier zero) 프로그램’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수출 바로 프로그램은 200억원 규모의 중기부 수출바우처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대체시장 발굴과 공급망 확보, 관세 분쟁 해결 등 수출 중소기업의 관세 대응에 특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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