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 오니 구수한 된장 냄새가 가득하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요리를 먹으며 자랐기에 365일을 먹어도 질리지 않은게 된장국,찌개인 듯하다. 구수한 우거지된장국에 빠져 있는데 마눌이 옆에 앉으며 ” 이게 마지막 된장인데…” 한다. “무슨 소리야?” “어머니가 주신 된장이요” ” 많이 가져 왔는데 누구 퍼 준거야?” 어머니 돌아가신 지 벌써 9년이 되고 있는데 아직도 어머니의 맛에 빠져 살고 있는 듯하다.
살아 계실 때 일년에 한 두번씩 찾아뵈면 둘째 아들 오면 주시려고 손수 만드신 된장, 고추장, 간장을 들고 오기 싫어서 “어머니 영어도 잘 안되는데 미국에 도착해서 통관하려면 어려워요” 하며 마다하려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범아, 에미 죽으면 해주고 싶어도 못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가져가. 에미가 해준 된장 좋아하면서…”
투덜거리며 가져온 된장,고추장을 남들은 절대 못주게 하며 천년,만년 먹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어머니를 가슴에 담듯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숨죽이며 쓸어 담았다. 눈물 콧물과 함께….
지난해 구미에서 생선요리전문점에 도전하고 있을 때 필자는 새로운 메뉴로 된장동태탕, 된장대구탕, 된장꽃게탕 맛을 내는데 열중하여 매일 레서피를 바꾸어 가며 직원들과 함께 시식을 하며 된장의 떫은 맛을 잡고, 텁텁한 맛을 없애며 된장 고유의 구수하고 칼칼한 어머니의 맛을 내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좀 더 보완해서 즉석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전하고자 한다.
뉴욕 맨해튼에서 한식전문 레스토랑 ‘단지’와 ‘한잔’ 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오너셰프 후니 킴씨가 경북 포항시에 있는 죽장연의 전통장인 재래식된장,고추장,간장을 사용하여 우리의 맛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후니킴씨는 “된장의 냄새를 인위적으로 없애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이 받아들이고 한 가지의 음식으로 인식할 수 있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하는데 필자의 생각 또한 우리 고유의 된장, 청국장 냄새를 숨기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웃들에게 소개하고 추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때 부터 한식세계화를 위해 앞장 서 온 샌디에고에 사는 오랜 지인이 3월말에 애플밸리 아델라농장에서 된장담그기 행사가 있었다고 전해 왔는데 재래식 된장 담그기에 추운 날씨에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많은 참가자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미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뒷뜰 된장 항아리의 행렬과 된장을 담기위해 준비한 유기농메주와 천일염,고추,숯,대추 등으로 직접 도전하는 모습에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담긴 독특한 우리문화를 찾는 모습을 보았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해왔다.
필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최고의 발효식품인 고향의 맛 된장과 꼭 먹어야 할 웰빙 식재료인 생선이 함께 어우러지는 건강식단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된장을 소개 하고자 하니 우리 함께 구수한 된장독에 풍덩 빠져보자. 된장은 메주로 장을 담가서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로 만든 장으로, 간장과 함께 예로부터 전해진 우리나라의 조미식품으로 음식의 간을맞추고 맛을 내는데 기본이 되는 식품이다.
재래식 된장의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 초기인 세종 때 발간된 산가요록에 처음으로 장류의 종류와 제조법이 기록된 것을 시작으로 말장이라불리는 콩으로만 된 메주를 만들어 간장과 된장의 중간적 형태인 걸쭉한 장을 담가먹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1766년도에 발간된 중보산림경제의 동국장법에는 현제의 한식메주 제조법과 유사한 기록이 남겨져 있다.
개량식 된장은 황국균을 배양한 코지와 삶은 콩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데, 일제 시대에 우리 고유의 재래식 된장이 일본 된장인 미소 제조법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된장의 종류를 보면 믹된장,토장,막장,즙장,담북장,청태장,두부장,지레장,비지장,팥장,생황장,무장,쌈장,청국장 등이 있는데 우리가 즐겨먹는 청국장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으로 17세기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의 식량으로 쓰이던 장이 유래되어 전국장 또는 청국장으로 불리웠다는 설이 있으며 전쟁중에 장이 익을 때 까지 기다릴 수 없어 바로 만들어 먹는 속성장이 생긴 듯하다.
우리가 흔히 생선회를 먹을 때 초고추장을 즐기는데, 된장에 마늘,청량고추,양파를 갈아 넣고,양파즙,참기름,고추가루 ,깨를 섞어 만든 된장빵에깻잎쌈으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다음 호에는 된장의 성분과 효능 그리고 헤럴드경제 독자님들과 함께 된장해물요리에 도전해 보기로 하자.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지울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은 우리 마눌이 끓이는 구수한 된장 꽃게탕의 향기 때문일까 …? 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