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노력만으로 키워온 한 청년의 꿈은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날개를 달았다.

# ‘왕가네 식구들’ 속 ‘고민중’과의 작별, 실감은 나세요?
“개인적으로 힘든 역할이었어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매번 촬영할 때마다 전력투구, 질주해야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끝난다니,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속력을 내서 달려왔는데 멈출 때 내 몸이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 여운이 많이 남을까요?
“큰 사랑을 받았고, 많은 분들이 봐주신 드라마였다 보니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끝날 즈음이 되니까 성원이 느껴지더군요. ‘이 정도로 큰 작품을 하고 있구나’ 새삼 또 한 번 감사합니다”
# 대중들의 반응은 모두 찾아 보시나 봐요?
“모두 다 본 건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찾아보려고 합니다. 기사의 댓글과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많은 글을 봤어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그리고 어린이들까지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감사했어요. 누군가가 아이가 잠꼬대로 ‘택배입니다’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느꼈습니다”
#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우는 장면 때문에 고사했다고 할 정도라고 했는데, 눈물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어떠셨어요?
“순간적으로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게 눈물 연기죠. 아직도 감정을 몰입해서 눈물을 흘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제 입장에선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려웠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이기도 했죠. 찍고 난 뒤 시청자분들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역시 눈물을 흘리는 것인가요?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작가 선생님은 그러시더군요. ’10회의 마지막 신, 운동장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진짜 고민중이 된 것 같았다’고. 끝날 때까지도 ‘내가 고민중일까?’라는 의문은 있었어요. 아마 감정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 같아요”
# 계속해서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욕심이 많은 걸까, 아니면 완벽주의자?
“늘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여태까지 작품 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유독 ‘고민중’이라는 캐릭터가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 조성하와도 거리가 먼, 감정의 기복이 큰 인물이라 더 그랬고요”
# 실제 조성하는 어떤가요?
“평소 저는 씩씩하고 의연합니다. 휴먼 다큐멘터리나나 좋은 영화를 보고 울긴 하지만 감정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위안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그래서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 어려워요”

조성하는 ‘나’와 ‘고민중’의 접전을 만드는데 촬영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중이 됐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부분 때문이라고 털어 놓는 그. 매번 촬영장을 갈 때마다 집중력을 높여야 했기에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조성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고민중으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 극 중 인물을 연기하는데 쉽지 않았지만, 얻은 것도 분명 있을텐데요.
“새로운 작업을 한다는 즐거움, 또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과거 극단 생활을 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긴장과 두려움, 흥분과 기대 등 이런 감정이 연속인 날들이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죠”
#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 준 문영남 작가에 대한 고마움도 크겠네요.
“문영남 작가님은 배우들을 상대해주는 것이 다른 작가들과는 스타일이 달랐어요. 배우 한 명 한 명을 섬세하게 바라봐주시죠. 그 배우가 갖고 있는 장점을 극에 최대치의 표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고 해야할까요? 극단의 연출자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욱 과거 생각이 났고요. 또, 선배님들 역시 주변 동료들 역시 극단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모두가 잘 될 수 있도록 격려했고요. 모든 것이 극단 시절, 그 때로 되돌아 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작품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군요.
“모두 친자식, 부모, 형제처럼 생각하고 그냥 가족이 아닌, 의좋은 가족들처럼 7, 8개월을 보냈습니다. 세트 촬영이 있을 때면 매번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고 서로가 서로에게 호흡을 숨결을, 분위기를 느끼니까 잘 된 것 같아요”
# 문영남 작가의 배려가 담긴 장면이 있다면요?
“방송 후 많은 분들에게 회자된 ‘먼지가 되어’를 부른 장면. 사실 ‘먼지가 되어’는 저의 애창곡 중 하나예요. 작가님이 제가 부르는 걸 보고 ‘이 노래는 이 세상에서 조성하가 가장 잘 부른다’고 해주셨을 정도로, 그리고 극에 꼭 적용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도 적절하게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아주 탁월한 가치를 지니신 것 같아요”

# 극 후반 시청자들의 온 신경은 ‘고민중’에 쏠렸어요.
“어려서부터 아무에게도 관심을 못 받던 내성적인, 집에서도 관심을 못 받고 밖에서도 마찬가지인 아주 작은 미운오리새끼같은 아이가 성장해서 ‘왕가네 식구들’의 고민중이란 역할을 하게 돼 세상의 중심에 서서 주목을 받고 이슈에 대상이 되었습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욱 ‘광가네 식구들’을 하게 된 과정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미운오리새끼, 조성하씨의 이야기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형과 누나가 공부도 잘하고 상도 많이 타고, 항상 주변의 관심의 대상이었어요. 그에 비해 막내인 저는 몸집도 작고 내성적이었던 터라…”
# 이제는 ‘고민중’을 내려놓는 일만 남았군요
“사랑을 얻었지만, 목에 깁스하고 어깨가 부러질 것 같은 중압감을 갖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천천히 다음 작품을 생각하면서 내려놓아야죠”
# 계획은 있나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봄이 되면 희망을 품고 새로운 작품을 찾는 걸로. 하하”
# 다음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 역시 한껏 높아졌어요.
“멋진 역할은 무궁무진합니다. 딱히 ‘무엇’을 정해놓는다면 되려 그것만 바라보게 되니까 넓은 시야를 갖기 힘들죠. 내가 연기하는 인물, 캐릭터는 쫓는 건 랜덤 게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무엇을 만나야겠다 보다 만나는대로 최선을 다하고, 보통의 역할일지라도 남다르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죠. 늘 새로운 배우, 기대치가 있고 믿음이 가는 배우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 그래도 한 가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왕가네 식구들’을 하면서 장르가 확정된 건 사실이에요. 중년도 로맨스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렇다면 남들이 해
보지 못한 중년만의 멜로, 시대를 대변할 수 있다면 생각의 발상 차원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면 좋겠죠.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생각의 폭이 넓어졌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멋지게 나타나겠습니다. 하하”
지금 받고 있는, 처음 느껴보는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가슴 벅차게 만끽하고 있는 조성하. 배우 생활을 이어 온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그만할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니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되겠어요. 해볼 만 합니다!”
불혹이 넘어 만난 연기에 대한 새로운 세계, 넓어진 시야만큼이나 깊어질 배우 조성하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