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6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제프 벡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벡은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록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연주자다. 지난 1965년 영국의 전설적인 블루스 밴드 야드버즈(The Yardbird’s)에 클랩튼의 후임으로 영입되며 이름을 얻은 그는 1975년 비틀스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조지 마틴이 참여한 첫 솔로 앨범 ‘블로 바이 블로(Blow By Blow)’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기교파 연주자들이 난무했던 1980년대에도 벡은 음과 톤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며 전 세계 수많은 연주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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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제프 벡이 지난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내한 공연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라는 찬사를 듣는 벡의 공연답게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불독맨션, 십센치의 윤철종, 제이워커 등 밴드와 연주자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띄었다. 벡의 내한 공연은 지난 2010년 이후 두 번째이지만, 국내 팬들 입장에선 우리 나이로 칠순을 넘긴 그의 고령을 감안하면 다음 공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관객들의 무대를 향한 집중도는 높았다.
벡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정장을 차림에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랐다. 고개를 숙인 그는 “비극적인 참사가 낳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오늘 저녁 무대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곡들을 연주할 것”이라고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첫 곡 ‘로디드(Loaded)’로 무대를 시작한 벡은 ‘나인(Nine)’ ‘리틀 윙(Little Wing)’ ‘피플 겟 레디(People Get Ready)’ ‘해머헤드(Hammerhead)’ ‘에인절(Angel)’ ‘대니 보이(Danny Boy)’ 등 100여분 동안 앙코르 포함 총 22곡을 선보였다.

피크 없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줄을 튕기며, 나머지 손가락으로 트레몰로 암(음정 조절 손잡이)과 볼륨을 조절해 몽환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는 특유의 주법은 여전했다. 그는 손쉽게 이펙터를 밟으며 소리에 변화를 주는 대신 기타 그 자체로 모든 소리를 직조해내며 한계를 시험했다. 그의 엄지손가락은 마치 다양한 두께의 피크를 동시에 사용하는 듯 부드럽고 날카로운 소리를 오갔고, 왼손은 지판 위 모든 영역을 자유롭게 미끄러졌다. 특히 ‘에인절’에서 그가 들려준 슬라이드 바를 활용한 마술 같은 연주 앞에선 무협지에서 ‘사람이 칼이 되고 칼이 사람이 되는 경지’를 이르는 ‘신검합일(身劍合一)’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까지 느껴졌다.
전 곡을 과감히 연주곡만으로 채우고도 3000여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사로잡은 벡은 앙코르 역시 알차게 꾸몄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벡의 대표곡이자 세계적인 히트곡 ‘코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였다. ‘롤링 앤 텀블링(Rollin’ and Tumblin’)’에 이어 이 곡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환호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기자와 함께 공연을 지켜본 밴드 장미여관의 베이시스트 윤장현은 “4년 전에도 벡의 공연을 봤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의 연주는 우주를 닮아 있다“며 “칠순을 넘긴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정적인 연주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었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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