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평생 할일…연애하듯 빠져들 거예요”

정사신도 육체만 탐하는 것 아닌
진정한 사랑 · 아픔 보여주려 노력

더 세고 더 강렬하고 더 확장된…
인간중독은 새로운 준비의 계기

“이십대부터 은행조차 직접 가본 적이 없어요. 늘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 있었고, 누군가가 해줬죠. 지금 저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면 학창시절로 돌아간다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열아홉살에 갑작스레 모델이 돼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그 때부터 계속 일을 했죠. 남들이 볼 때는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이뤘고, 돈도 많이 벌었죠. 하지만 저는 이십대에 여자친구랑 손잡고 극장이나 카페도 못 가봤고, 미팅도 못 해봤어요. 캠퍼스 생활도 즐기지 못했구요. 저는 지금 그런 일상적인 삶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배우 송승헌(39)은 “최근 2~3년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연기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배우로선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가 몰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심지를 굳혔다. 

영화‘ 인간중독’의 송승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선 넓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가자마자부터 연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제 삶의 반이 연예계에서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배우를 평생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니었고, 연기는 일(직업)으로만 여겼죠. 그래서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꽤 있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서비스업, 이를테면 호텔업같은 것도 생각해봤고, 식당 운영도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최근 어느날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많이 해왔고, 가장 잘 하는 일을 두고 다른 욕심을 낸다는 것이 에너지 낭비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다른 일은 다 중단하자, 연기에 올인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평생 할일이 연기라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인간중독’은 그 첫 단추일 것이다. ‘인간중독’은 1969년 베트남전에 파병돼 혁혁한 무공을 세우고 전장의 영웅으로 귀환한 한 엘리트 장교가 부하의 아내와의 금지된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 동안 TV와 스크린에서 주로 곧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송승헌이나 그것을 지켜봐왔던 팬들에게 불륜의 사랑과 수위 높은 노출 연기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까지 작품에서 저는 밑바닥 인물이라도 도덕적인 선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습니다. 이십대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 팬들이 ‘와!’ 할 수 있는 인물로도 충분했죠. 그러나 서른 넘어서면서부터 제가 하고 싶은 역,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많아졌어요. 이번 작품은 마침 그런 갈증이 있었을 때 제안을 받았고 선택했습니다.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 가슴 아픈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 같은 노출과 정사신은 처음이었지만 남자배우로선 ‘뭐 어때, 사우나 가는 것과 다르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죠. (웃음). 정사신에서는 단순히 서로의 육체만 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아픔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

‘인간중독’은 시사와 개봉 이후 평이 엇갈렸고, 미덕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작품이지만, 배우로서 송승헌의 진지한 모색과 새로운시도를 보여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오륙십대가 될 때까지 연기에 전념하겠다, 배우로서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송승헌의 진중한 면모는 그가 스스로 털어놓은 연애관과 연애사에서도 드러난다.

“가끔 함께 식사도 하지만, 결혼한 동료나 선후배가 가족들과 함께 단란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보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질 때도 있어요. 이번 영화같이 되면 안 되잖아요? 결혼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서 ‘아, 저 사람이 내 사람이었구나’라고 느껴지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구요. 저는 이제까지 서너번 연애를 해봤는데, 한번도 단순한 호감만으로 상대를 만난 적은 없어요. ‘번개치는 느낌’이 왔을 때만 상대에게 완전히 빠져서 구애를 했죠. ”

고 1때 ‘번개치는 느낌’의 첫 사랑을 만났으나 고백을 못하고 1년여간 가슴앓이만 하다가 결국은 다른 친구에게 놓치고, 훗날에야만나서 몇 년간 사귀었었다는 송승헌. 연애의 짝을 만나는 것처럼, 이제 그는 연기를, 배우라는 직업을 자신의 삶에서 진짜배기 상대로 맞아들인 것이다.

영화 개봉일인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공교롭게도 ‘인간중독’ 이후 악역, 비열한 인물 등 다양한 역할과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며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 세고 더 강렬하며 더 확장된 연기에 대한 준비가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차기작으로 멜로영화와 정치와 액션이 결합된 남성드라마 등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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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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