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기황후’ 지창욱, ‘모범의 정석’ 평범함을 논하다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최대 수혜자를 손꼽으라면 단연 배우 지창욱이다. 그는 극중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아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모습부터 한 여자를 향한 광기 어린 집착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곱고 매끄러운 얼굴선이 많은 여심을 홀린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지창욱의 인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은 그러한 주변의 관심에서는 조금 동떨어져있는 느낌이었다. ‘기황후’ 이후 달라진 그의 인기를 재차 일깨워주려 했으나 ‘망언’에 가까운 그의 대답을 들었을 뿐이다.

“잘 생긴 배우들도 많기에 그런 칭찬들이 부끄러울 뿐이에요. 진모 형 같은 경우에도 대표적인 미남 배우잖아요. 전 그냥 평범한 배우라 생각해요. 전보다 광고 문의가 잦아진 것을 빼놓고는 제가 체감하는 인기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주변 분들이 달라진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시죠.”


그는 ‘기황후’ 방송 기간 동안 외부의 평가를 가능하면 접하지 않으려 애썼다. 칭찬도 비평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능하면 네티즌 반응이나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전에 작품을 하던 중에 댓글 때문에 많이 흔들렸던 적이 있거든요. 모두를 다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흔들리다보니까 제 연기가 없어지는 걸 느꼈거든요. 결국 사람들의 반응만 따라가다가 작품을 끝낸 적이 있어요. 가능하면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거든요.”

지창욱의 연기에 호평이 주를 이뤘건만, 본인에게 닿기까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팬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법도 하지만, 달리 말해 작품 속 캐릭터만 몰두하는 그의 이러한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황후’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지창욱이 맡은 타환이다. 그는 고려로 유배 온 나약한 모습부터 황제로서의 카리스마, 사랑하는 이를 향한 광기 어린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야 했다.

“바보 같은 모습이 즐겁고 편하죠.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쇠약해지고 광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술에 취해 있는 모습도 연기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계산을 많이 하려고 했죠. 대본에는 단지 술에 취해 있는, 광기 어린 모습이라고 적혀 있는데,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타환이 왜 이렇게 힘이 든 건지, 술을 먹으면 기분이 어떤지, 미쳐가는 과정에서도 타환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이러한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이지 않아도 좋지만,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죠.”


지창욱은 이러한 모습들을 브라운관 안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그는 ‘기황후’ 최대 수혜자라는 타이틀을 겸손하게 사양했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 좋은 스태프와 선배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어떤 배우가 타환 역을 맡았어도 분명히 매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역할 자체가 변화가 많고 보여줄 것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즐겁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과 환경을 만난 거죠. 물론 제 자신의 연기에는 아쉬움이 남죠. 특히 이재용 선배님과도 꼭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딱 한번 이야기 하고 그 다음에는 같이 촬영할 신이 없었어요. 쫑파티 때 선배님을 붙잡고 하소연을 한 것이 기억나네요.”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그와 어울리는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모범생’ 지창욱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이미지다. 그는 인간 지창욱에 있어서도, 배우 지창욱에 있어서도 엄격했다.

“일하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프로답게 하려 해요. 제가 받는 것만큼 못할 때 가장 창피하고 자신감도 떨어지거든요.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처음 ‘솔약국집 아들들’을 할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카메라 앞에만 서면 긴장되고 머릿속이 하얗게 돼 제가 뭐하는지도 몰랐어요. 작품을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저만의 잣대를 가졌어요. 나만의 연기 철학과 스타일이 뭔지 계속 고민하고 만들어가면서 고쳐나가는 중이에요.”


지창욱이 ‘기황후’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넓힌 것은 사실이다. 업계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달라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배우로서 지창욱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을지 물어봤다.

“항상 ‘좋은 배우가 돼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좋은 배우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배우들마다 다르지만, 그 중에서 저만의 방법을 찾아가야죠. 지금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어디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항상 ‘이제 시작이야’라고 되뇌면서 왔어요. ‘기황후’가 잘 됐지만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가는 중이에요. 재미있게 작업하고 연기하고, 그렇게 계속 정리하면서 고쳐가야죠.”

끝으로 지창욱은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삶을 추구하고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이 오히려 지창욱이라는 배우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서 어우러지며 사람답게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평범한 대중들이고 이들을 설득, 이해시키는 것이 제 몫이잖아요. 저도 돈에 대해, 오늘은 뭘 먹을지 등을 똑같이 걱정해요. 그저 남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한 게 오히려 저에게 있어서도 배우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평범한 배우’ 지창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연예인’이라는 일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칭찬에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다잡아가는 엄격한 그가 또 어떠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올지 기대를 가져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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