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8K TV전쟁’ CES선 휴전모드

업체간 비방·비교전시 금지

위반땐 전시장 철수·시정 요청

삼성전자 QLED TV [삼성전자 제공]

 

LG전자 세계 최초 OLED 8K TV [LG전자 제공]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전쟁’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휴전모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참가업체간 상호비방과 비교전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TA는 전시 참가 계약서에 참가 업체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CTA는 계약서 약관 19조와 21조에서 참가업체는 참가자의 제품만을 전시할 수 있으며 관람객이 보기에 부적절하고 공격적인 콘텐츠의 전시와 시연은 자제하도록 했다. CTA는 이런 원칙을 위반한 전시업체에는 전시장에서 철수시키거나 시정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

이같은 규정은 최근 추가된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규정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참가업체들은 경쟁사의 불합리한 비방전에 자사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동안 CES에서는 일반 공개가 아닌 거래선을 위한 프라이빗 전시 등에서 공공연하게 비교시연을 해왔다.

CTA가 이처럼 특정 업체 비방을 금지함에 따라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촉발된 삼성·LG간 TV 전쟁이 내년 CES에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당시 IFA에서 LG전자는 전시장에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코너를 만들어 삼성전자 QLED 8K TV를 기준 미달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후 양사는 국내에서 맞불 기술 설명회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하는 등 극한 대치양상을 보였다.

LG전자는 IFA에서 독일 화질 인증기관인 VDE 자료를 인용해 LG의 모든(OLED·LCD) 8K TV의 화질선명도(CM)가 90%인 반면, 삼성 8K TV는 12%라 국제기준(50%)를 만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소비자에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삼성전자는 2주 후 국내에서 LG전자와 같은 날 기술설명회를 열고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8K TV의 화질은 CM 값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내년 CES에서는 이같은 양사의 TV 전쟁이 재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CTA의 상호비방 금지 조항 뿐 아니라 지난 9월 발표된 CTA의 8K 인증 프로그램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글로벌 TV제조사들이 내년 CES에서는 8K 해상도에 부합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CTA는 지난 9월 ‘8K UHD’ 인증 기준을 정립하고 ‘화면 해상도’ 요건으로 3,300만 개 이상의 화소수와 최소 50%의 화질 선명도(CM)를 명시했다.

아울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0월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내 업계가 과도한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도 확전 차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 장관은 당시 “같은 업종 내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내부 갈등이 경쟁자들의 어부지리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경쟁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성 장관은 CES 2020에 직접 참관할 예정이다.

한편 LG와 삼성 국내 가전 톱2의 자존심 싸움은 창업 이후부터 수차례 거듭돼 왔다. 가깝게는 2014년 IFA에 참가한 LG전자 조성진 당시 사장이 베를린 삼성전자 가전매장을 찾아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논란이 일어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번에 두 회사가 8K 기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8K 주도권 선점이 향후 글로벌 TV 시장의 패권 장악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시장은 올해 16만7000대에서 2020년 63만4000대, 2021년 135만6000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304만대로, 올해보다 무려 19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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