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체 토스 ‘스크래핑’ 교보라이프·카카오 ‘속앓이’

핀테크업체인 토스가 자사 고객을 위한 보험 보장분석서비스에 인터넷 전업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 정보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토스는 앱에서 보험 보장분석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자는 주민번호 뒷자리를 누르고 문자로 전송된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요청한 인증번호를 보낸 곳은 토스가 아니라 교보라이프플래닛이다. 토스가 교보라이프플래닛 사이트의 보장분석정보를 그대로 스크래핑(다른 금융사에 있는 정보를 추출)하면서 생긴 일이다. 토스 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보라이프 화면인 셈이다.

토스는 신용정보원의 보험 가입 정보를 스크래핑해 보험 보장분석을 제공한다. 신정원은 핀테크기업의 스크래핑이 급증하며 서버 과부하와 본인인증비용(건당 50원)이 증가하자 회원 가입제로 방식을 바꿨다. 대신 보험사에는 전문 방식으로 보험계약정보를 제공한다.

토스로서는 신정원 정보를 스크래핑하는 데 비용이 들게 된 셈이다. 이에 토스는 신정원 대신 교보라이프를 스크래핑하고 있다. 교보라이프는 보험사이기 때문에 신정원에서 그대로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회원 가입 없이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보험 확인이 가능하다.

토스 고객이 이용하는데, 비용은 교보라이프가 치른다. 토스를 거쳐 들어온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한번 인증할때 확인할 때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50원을 내고 있다. 현재는 하루에 1000건 이내지만, 토스가 본격적으로 보험 서비스를 시작하면 비용부담과 서버 과부하도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스크래핑은 불법이 아니다. 교보라이프로서는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없다. 스크래핑을 차단하는 소극적인 조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억울한 것은 교보라이프 뿐 아니다. 카카오페이는 정식 계약을 맺고 교보라이프의 보장분석서비스를 앱에 입점시켰다. 그런데 토스는 아무 대가도 없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크래핑으로 인한 문제는 토스와 교보라이프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핀테크와 빅테크 업체의 금융시장 진출이 늘면서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하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이 다음달 본격 도입된다. 이 이 사업자에 대해서는 스크래핑을 통한 데이터 수집이 금지된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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