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 불발된 BTS…세계 음악계 ‘의미있는 첫획’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라 레드카펫을 밟은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의 수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15일(미국 현지시간 14일)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사전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라 전 세계를 호령하는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 경합을 벌였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선택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방탄소년단은 디스코를 재해석한 ‘다이너마이트’로 지난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하며 그래미 어워즈에 후보에 올랐다.

1959년 시작한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상식이자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한국 대중가수가 후보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시상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것도 처음이다.

긴 시간 이어온 권위 만큼 그래미 어워즈는 유색인종, 비영어권 음악을 홀대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뮤지션과 음악 산업계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래미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성별·장르를 다양하게 구성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그런 만큼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불발됐지만, 후보 입성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민재 평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흑인음악, 라틴팝 등 백인들의 음악 이외의 장르에는 합당한 시상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셌고, 그럼에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며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올라 수상을 논하는 팀이 된 것만으로 이 그룹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희아 평론가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그래미가 아이돌 보이밴드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의미”라며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을 통해 당위를 마련했다고 본다. ‘아이돌 시장을 우리도 받아들이고 있고, 이들의 음악도 콘텐츠로서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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