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 철군 닷새 앞뒀는데 초비상…대피작전 차질 빚나

미군이 26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에서 공항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인 오는 31일까지 닷새를 남기고 카불 공항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대피 작전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간에 아직 남아 있는 미국인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추가 테러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향후 작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이날 폭탄 테러로 바이든 대통령은 대피 작전을 지속할지, 미국인을 현지에 남겨두고 작전을 끝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 백악관은 철수 시한이 지나도 대피 작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까지 희망하는 모든 아프간인을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아프간 탈출을 희망하는 미국인을 모두 대피시키겠다는 약속에는 시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수 시한인 31일이 지나더라도 대피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미국 의회나 유럽 동맹국 사이에선 안전한 대피를 위해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공항 주변의 테러 우려 등을 들어 애초 시한 내 철수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이 대피 작전을 계속하기로 한다면 추가 테러에 따른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한다.

카불 공항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26일(현지시간)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을 향해 공항 입국 관련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서방과 탈레반에 적대적인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는 자체 운영하는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인정했다. 이들의 추가 테러 가능성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IS는 폭발물을 소지한 요원이 모든 보안 시설을 뚫고 미군의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 벨트를 터뜨렸다고 말했다.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IS 대원들이 총격과 함께 카불 공항 주요 출입구인 애비 게이트에서 폭탄 테러를 벌인 것으로 파악한다면서 IS의 위협을 실제적인 것으로 표현했다.

그는 “그런 공격을 계속하려는 게 그들의 바람이고 그런 공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런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적극적 위협도 있는 상태라면서 로켓 공격이나 차량 공격,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뛰어드는 공격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카불 공항에서 26일(현지시간) 군인들이 공항 입국 서류를 보여주는 군중들 사이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

멕켄지 사령관은 대피 작전을 지속해 현지에 남아 있는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 등을 끝까지 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인명 피해로 우리는 슬픔에 잠겼지만, 임무 수행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우리 임무는 위험에 처한 미국 시민과 제3국 시민, 특별이민비자(SIV) 보유자, 미국 대사관 직원, 아프간 주민을 대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치하를 벗어나려는 사람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피 통로다. 이곳에서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를 대피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던 국가들은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영국은 구출 작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캐나다와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테러 첩보 때문에 카불 공항 대피 작전 종료를 이날 연이어 발표했다. 프랑스는 27일 대피 작전을 멈추기로 했다.

한편 탈레반 측은 폭탄 테러가 발생한 카불 공항에 통제권 밖에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공항 보안을 위해 탈레반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공항 인접지역 치안 책임은 미국인에게 있고 우린 거기 없다”라면서 “공항 주변을 비롯해 우리 병력이 있는 곳은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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