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사퇴 후 지지율 오른 자민당…선거 이틀전 ‘기시다’ 이미 낙점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총재 선거 이틀 전인 27일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 회동에서 사실상 기시다 후미오의 총재 당선이 결정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사진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9일 당 총재 선거에서 투표하는 장면.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의 자민당 총재 당선은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당 세제조사회장과의 회동에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7일 오후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고문이었던 아마리 회장은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아베 전 총리를 만났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을 지원하는 아베 전 총리와 결선투표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아베는 이 자리에서 아마리에게 “기시다 씨가 고노 씨에 대해 확실히 반론하고 있다. 총재 선거에서 꽤 씩씩해졌다”며 “결선 투표에서 내가 어떤 생각인지 다카이치 진영의 사람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선 투표에 기시다 전 외무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남으면 기시다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당시 일본 주요 언론의 자민당 총재 판세 분석에선 4명의 후보 중 고노가 1위, 기시다가 2위로 결선 투표로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아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찾아가 아베의 뜻을 전했고, 아소는 “이것으로 정해졌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소 부총리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의 실질적인 지주인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맹우이고, 아마리는 당내 2위 파벌인 아소파 소속이다.

‘3A’로 불리는 아베와 아소, 아마리는 7년 9개월 동안 지속된 2차 아베 정권의 핵심이었다.

결국 세 사람이 뜻을 모아 기시다-다카이치 연대가 확정된 것이다.

당초 1차 투표에서 고노가 1위, 기시다가 2위, 다카이치가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시다가 고노를 1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3위 연대’가 아닌 ‘1-3위 연대’로 기시다는 결선 투표에서 큰 표 차이로 고노를 제치고 당선됐다.

기시다가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를 압도한 것은 11월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총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민당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이에 기시다를 ‘선거의 얼굴'로 내세워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무난하고 적이 별로 없는 기시다를 ‘이기는 말’로 보고 (자민당 내) 각 파벌이 마지막에 함께 올라탔다”며 기시다의 압승 배경을 설명했다.

전날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기시다는 다음 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스가 총리에 이어 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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