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5년만에 ‘1조(兆) 클럽’ 복귀…‘오미크론의 아이러니’ [비즈360]

대한항공 보잉 787-9. [대한항공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올해 4분기 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오미크론을 뚫고 달성한 호실적이다.

국제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이용 고객이 93%가량 줄어드는 등 사실상 ‘셧다운’ 상태지만, 화물운임이 급등한 덕분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이달 들어 대한항공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을 5000억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가장 높은 5500억원을 전망했다.

예상대로 실적이 나오면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4476억원(2016년 3분기)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코로나19로 여객사업이 마비된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덕분에 화물을 앞세워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게 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며 백신, 방역용품, 반도체, IT제품 등 항공화물 운송 수요가 급등했고, 여기에 일부 항공사들이 도산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

연말 화물성수기를 맞아 지난 14일 기준 글로벌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전년 동기 대비 63% 오른 5254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부 지수인 상하이공항발운임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난 1만2068포인트로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10~11월 항공화물 처리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268만7000t이다. 이는 인천공항의 같은 기간 화물 처리량(572만6000t)의 50%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대까지 치솟았다.

대한항공 여객기 보잉 777-300ER의 좌석을 떼어내고, 화물을 적재한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상황이 터지자 발 빠르게 화물기 공급을 확대했다. 기존에 보유한 화물기 23대에 화물전용 여객기 16대(B777 10대, A330 6대)를 추가 투입했다. 기존 보유 화물기에 70%에 육박하는 여객기를 개조, 추가로 투입한 것이다.

화물전용 여객기는 여객기의 좌석을 제거한 뒤 화물 운송칸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여객수요가 회복되면 이를 다시 여객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여객기가 멈추며 인건비가 줄어든 덕도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약 70% 직원은 휴업 중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에도 화물사업의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화물전용 여객기 활용을 극대화해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대체공항 확보, 추가 조업사 선정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화물사업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객수요가 회복돼야만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화물 운임은 수요·공급에 따른 변동 폭이 크다”며 “현재는 화물운송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여객수요 회복이 뒷받침돼야만 장기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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