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 8일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을 이끄는 스테파니 머피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 미국 상원의회가 대만을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법안을 본회의 표결로 넘기면서 미국과 대만 관계가 1979년 수교 단절 이전 돈독했던 시절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견제로 급랭하면서 대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중국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대만정책법안을 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대만정책법안은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당·뉴저지주)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이 제출한 것으로 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17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원안은 지난 6월 제출됐다. 대만을 한국과 같은 수준인 비(非) 나토(NATO)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45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시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대만을 적대시하거나 대만에 위협을 초래할 경우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 관리를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한 미국의 대만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고 ‘전략적 모호성’이 사라지는 셈이다.
미 정부는 이른바 ‘핑퐁외교’를 통해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의 자체 방어를 지원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이전까지는 대만을 중국 정부로 인정하고 국공내전을 지원하며 중국과는 거리를 뒀으나 소련과의 냉전 국면에서 중국이 새로운 파트너로 떠오르며 대만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번 미중 관계에서 다시 대만을 동맹국으로 격상시키며 과거로 회귀해 외교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백악관은 나아가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만정책법안이 시행되려면 상원 및 하원의회를 통과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서명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법안에 부정적인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도 앞두고 있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자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며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을 위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에 위배되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엄정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한다.
마오 대변인은 “의회를 통과해 법률이 되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극도로 크게 흔들 것”이라며 “중·미 관계와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에 극도로 엄중한 후과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