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 대전환·글로벌 초협력…국가경쟁력 UP 위한 ‘쌍두마차’ [헤럴드기업포럼2022]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자” 헤럴드기업포럼2022는 현재 닥친 대전환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업포럼에 참석한 주요연사들이 개막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권태신(왼쪽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전창협 헤럴드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 박해묵 기자

“전 세계 대전환 속에서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반도체·배터리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최태원 회장의 인사이트(통찰력)에 크게 공감했다. 공급망 변화는 투자·자본시장 업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중견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이번 기업포럼에서 연사들이 각기 다른 주제로 발표했지만 반도체·AI·모빌리티·우주·에너지·화학 등은 모두 촘촘히 얽혀 있는 산업이다. 거미줄처럼 공급망이 연결돼 있어 하나가 무너지면 다 쓰러지는 복합적인 시대에 리더들의 광범위한 혜안과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임윤순 한국바스프 대표)

‘헤럴드기업포럼2022’가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려 성공리에 마친 가운데, 주요 참석자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과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모든 영역이 급변하는 ‘대전환’을 기회로 삼아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전체적인 새 판을 짜면서 리딩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언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기업과 정부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정부 간, 기업 간의 ‘초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높은 공감을 얻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한국은 이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힘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표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가진 기업의 체질, 전략, 기회, 리소스(자원)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세계 질서에 순응해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계획을 짜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공급망, 혹은 새로운 R&D나 산업 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았던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도 “한국이 진정으로 기술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의제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예전의 한국이 아니라 이미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처럼 통신과 인터넷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만들고 조선 기술력과 첨단 전투기 제조 능력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 똑같은 영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퍼즐판을 제시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도권은 실제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커스텀(맞춤형) 반도체는 특화 설계된 것으로 레이싱 트랙의 포뮬러카와 같은 개념인데, 아마존이나 구글, 테슬라 등이 이 커스텀 반도체 뛰어들면서 전체 시장 판이 바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커스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요가 늘면서 소수의 파운드리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성능 선단공정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주도적 대전환을 이끌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협력이 필수 조건으로 제시됐다. 우선 기업 간 협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정부와 연대를 통해 기회를 여는 ‘G2G’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이 연대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초격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면서도 특정 기업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공통의 이익으로 극대화하는 협력 모델도 제시됐다.

이날 포럼에서 초협력 사례로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COP)와 국내 SK E&S, LS전선 등이 소개됐다. COP는 재생에너지 투자운용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CIP는 SK E&S와 지난 2020년 합작법인 ‘전남해상풍력’을 설립했다. 신안군 해역 약 900㎿ 해상풍력 단지에서 발전사업허가를 얻고 이르면 올해 말 99㎿의 1단계 프로젝트를 착공할 예정이다. COP는 또 해저케이블, 타워, 하부구조물 등 해상풍력 공급망의 대부분을 LS전선 등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 스타트업 아모지의 우성훈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한 고민과 우리가 주목하는 탄소중립 시장의 기회는 모두 같은 맥락으로 연결돼 있다”며 산업 영역을 초월한 긴밀한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포럼에 대해 로지 호즈 컨트롤리스크 파트너는 “최태원 회장이 세계적인 대전환에 대해 보여준 정세 판단이 오늘 (제가) 발표할 자료와 일치해 깜짝 놀랐다”며 “세상을 여는 힘이라는 큰 주제임에도 최 회장 및 기조연설의 강연이 세부 섹션별 주제와 잘 연결돼 아주 유익했다”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파트너는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의 강연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향후 한국 기업의 파운드리 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IB업계도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등 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일·김성미·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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