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광고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배드의 한 주택 앞에 렌트 간판이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팬데믹 시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미국 주택 임대료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임대료가 과도하게 올랐던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세도 감지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부동산 데이터 업체 코스타그룹(CoStar Group)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20~2022년 15%로 급등했던 미국 주택 임대료 상승세가 1~3%대로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6월 30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임대료는 1.1% 상승해 3월 2.8%에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과열됐던 임대 시장이 진정되기 시작한 것은 주택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국에서 100만 채에 육박하는 새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건설 중인 아파트 수로는 사상 최고치다. 이중 52만 가구는 올해 시장에 공급되며 내년에는 46만 가구가 추가 공급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변화된 미국인들의 생활 양식도 새로운 주택 수요를 줄이는데 일조했다. WP는 팬데믹 이후 경제 불확실성에 청년들은 부모 집에 눌러 앉았고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독립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자신의 집을 팔고 임대로 옮겨 차액을 생활비로 충당하는 퇴직자들 역시 주택 시장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라스베가스, 오스틴, 내슈빌 등 이른바 선벨트(Sun Belt·북위 37도 이남의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난 한해 임대료가 1~3% 하락하며 전국적인 임대료 상승 둔화를 주도했다. 이들 도시는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을 떠난 미국인들이 이주하면서 임대료가 1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제이 라이비크 코스타 분석 담당 이사는 “선벨트 지역에서 수요가 크게 늘자 아파트 건설이 크게 늘었고 현재 온라인에 임대 물량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 등록된 임대 물건의 약 70%는 옥상 수영장, 공동 사무 공간, 스파와 같은 편의 시설을 갖춘 고급 부동산으로 최근 거액을 들여 이사를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어진 곳이다. 그러나 최근 임대 수요가 고급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로 쏠리면서 고급 아파트의 임대료는 지난 1년 간 0.2% 하락한 반면 중저가 아파트 임대료는 3% 상승했다.
다만 2020~2022년 동안 임대료가 이미 크게 올랐기 때문에 임대인들의 부담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애틀란타의 경우 2019~2022년에 임대료가 23%나 올랐다. 1년 새 2%가량 감소했지만 세입자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매달 평균 약 33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고르 포포프 아파트먼트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대 시장이 마침내 숨을 쉬고 있다”면서 “이번 여름 우리는 보다 안정된 시기에 접어 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가 주도권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