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10) 삼호관광 신성균 사장


▲ 관광회사는 “행복을 파는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는 삼호관광 신성균 사장은 눈을 질끈 감는 듯한 소탈한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매출 최대가 목표가 아니라 고객만족 최대가 목표”라는 말은 곧 삼호관광의 슬로건이다. 사진 / 김윤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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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 새 남가주 한인 여행업계에서 일어난 판도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아주관광을 끌어내리고 정상에 오른 삼호관광의 약진은 ‘골리앗’을 거꾸러뜨린 ‘다윗’의 돌팔매질, 명인 오다케를 나꿔챈 조치훈의 끈기, 소니를 홀세일 재고품처럼 보이게 만든 삼성의 신기술 등 대마공격의 귀재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LA 로컬 경제계에선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산 꼭대기에 있던 자들이 밑에서 어렵게 어렵게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바윗덩어리를 쉴 새없이 굴려내려요.

쏟아져 내리는 돌멩이, 바윗돌에 얻어맞아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몸짓으로 피해가면서 꾸역꾸역 산을 오르다보니 근육도 강해지고, 재주도 생긴 겁니다.”

삼호관광 신성균 사장은 아주관광이 그토록 내놓지 않으려던 1위의 위상을 차지한 감회를 실감나게도 표현한다. 천길 벼랑으로 떨어지니까 살아 남으려고 기어오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거다.

95년 삼호관광의 간판을 내건 지 10년만이다. 빠른 편이다. 첫해 직원 2명을 데리고 매출 외형 70만달러였던 삼호관광은 2002년 1천만달러, 지난해 2천만달러를 넘어 2천7백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3천만달러 돌파를 낙관할 만한 추세다.

삼호관광이 안착하게 된 계기는 시그너처 상품이 돼 있는 모국방문 패키지다.

“회사를 시작하고 한국에서 넘겨주는 관광객(인바운드)에 의존하던 영세적인 영업을 하다가 97년 초였을 겁니다. 당시 한국의 호텔 방값이 하루 300달러 가량 될 정도로 비쌀 때였지요. 미국으로 이민한 뒤 나름대로 자리잡고 먹고 살만해진 동포들이 모국의 친인척들을 한번쯤 찾아보려면 얼추 돈 만불은 들여야했을 겁니다. 어지간히 잘 살지 않고선 한국 한번 찾기 힘들어서야 되겠나 싶어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여행 패키지로 한번 만들어보려고 했지요.”

첫 견적을 뽑아보니 일주일 정도의 일정에 1인당 4천달러 가량 나왔다. 항공료를 제외했는데도 그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서랍 속에 기안서를 넣어두고 포기했다. 몇달이 지났다. 한국이 외환위기로 경제적인 위험상황이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 IMF 사태를 맞이했다. 한국에 의존하는 비즈니스가 태반이던 미주 동포사회 여기저기에서 망했다는 소리가 터져 올랐다.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강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됐다.

신 사장은  그 때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책상 서랍 속에 처박아 뒀던 모국방문 패키지 프로그램 안을 다시 꺼냈습니다. 서울의 최고급 호텔들이 하룻밤 5만원, 그러니까 그때 달러화로 30달러 정도면 되더군요. 곧바로 상품화를 준비했지요.”

‘기회는 항상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잡힌다’라는 신념은 그때 신사장에게 철석같은 금과옥조로 자리잡았다. IMF가 터지기 전 일찌기 모국방문 상품을 기획하지 않았더라면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98년 2월 첫 모국방문 손님 21명을 보냈다. 그러자 3월에 아주관광이 같은 상품을 내놓았다. 신 사장은 4월에 오히려 200달러 더 비싸게 만들어 응수했다. 지금 삼호관광의 부사장으로 있는 그의 부인(신영임씨)는 “울고 불고 반대했다”고 한다. 큰 회사가 999달러에 상품을 파는데 작은 회사가 1,199달러에 팔겠다니 제 정신이냐고 직원들도 어이없어 했다. 신사장은 무슨 배짱이었을까.

“10년, 20년만에 모국 방문을 하시는 분들이 200달러 정도는 더 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손님들이 다 내 맘같을 까 불안하기도 했지요.그래도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안되는 싸움이니 잃을 게 없었고, 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모국방문이라면 좀 더 번듯한 호텔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싶을 거라고 판단한 거지요.”

98년 4월 삼호관광의 200달러 더 비싼 모국방문단은 280명, 아주관광의 모국상품은 40명을 모객했다. 여행업계에선 “기적같은 일”이라고 경악했다.

아주관광이 전열을 정비해 따라붙었을 때는 그로부터 서너달 더 지나서였고, 이미 삼호관광이 모국방문 상품에 관한한 기선을 잡은 뒤였다.

지난해에는 모국방문 상품으로만 4천명을 보냈다. 총 매출액의 20%를 웃돌 만큼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전라도 지역을 답사 다니며 하루 6끼씩 음식을 고른 끝에 내놓은 남도 관광 상품도 히트였다.

“내가 좋아해야 손님도 좋아하고, 내 입맛이 까다로운데도 맛있으면 손님들도 만족한다”라는 신사장 나름의 상품 선택 기준도 탄탄하다.

그에게는 여행사업에 대한 불변의 철학이 있다.

‘금고에 돈 보다 고객의 마음을 쌓아놓으면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요즘 삼호관광 50명의 직원들이 날로 높아지는 고객들의 요구수준에 잘 맞춰가고 있는지 고민이다. 그 간격을 메꾸기 위해 매출액의 8% 가량씩 교육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다. 고객들의 마음을 사들이는 비용이기에 더 늘리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신 사장이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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