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18) 커먼웰스 비즈니스뱅크 최운화 행장


▲ 커먼웰스비즈니스뱅크 최운화 행장은 “은행이 준법을
체질화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때 성장과 안
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라며 “한인 은행계가 업무관행
에서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참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라고 강조한다.  사진 / 김윤수 기자

ⓒ2006 Koreaheraldbiz.com


지난 5월에 발표된 커먼웰스비즈니스뱅크의 1/4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총 자산규모는 1억4천82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출 총액은 8천880만달러, 총 예금규모는 1억2천610만달러이다. 2005년말 대비 자산은 14% , 대출은 11% , 예금은 16% 가 각각 늘었다.

장외거래시장(OTCBB)에서 나타난 주식시세 상승률은 1년간 130% 이다. 설립 자본금 2천310만달러로 출범한 지 1년여만에 일궈낸 이같은 고속 성장에 따라 가장 주목할만한 신생은행 가운데 하나로 늘 커먼웰스은행이 꼽히는 건 자연스럽다.

이쯤되면 LA 한인사회 기존 은행들의 경계와 견제 또한 당연하다. 후발주자의 공격적인 외형은 한인은행가처럼 고객과 조직의 순환이탈 구조가 일상화된 시장에서는 언제나 긴장감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이 커먼웰스은행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은 단순히 경쟁자의 외적 신장세에 기인하고 있는 것같지 않다. 최운화 행장과 그가 이끄는 23인 조직의 정예화된 창립요원들이 추구하고,실행하는 ‘모종의 전략 ‘이 그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직 안착상태도 아니고 완성까지는 더구나 갈 길이 먼 커먼웰스 은행이지만 1년 사이에 내보이고 있는 크고 작은 성장의  편린들은 그같은 전략의 결과물이란 점은 분명하다. 출발할 때만해도 그 추상적인 성격만큼 애매모호했고 시장의 경쟁현실에 벗어나 있는 만큼 이상론으로 치부됐던 커먼웰스은행의  음모스럽기까지한 전략의 실체는 무엇일까.

 ■ 가치지향적 은행

“은행은 규제산업입니다. 그 속성상 규제를 어떻게 잘 맞춰가느냐가 은행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게 경험적으로 얻은 신념입니다. 감독기관의 기대와 예상을 능가하는 조직의 준법체질화, 즉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경쟁력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효율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지요.”

최 행장은 커먼웰스은행을 설립할 당시 주식의 25% 를 전문 투자기관에 맡겼다. OTCBB 등록을 말하는 것이다. 한인사회에 새로 은행이 생길 때마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일반 투자가들의 묻지마식 투자에 의해 자본이 조달되던 것과는 시작부터 달랐다.그렇다해도 신설 은행에 대해 투자기관이 무엇을 근거로 25% 나 되는 주식을 거래해줄 수 있었을까. 이 대목에선 전적으로 최 행장의 역량으로써만 가능했다. 한미은행 시절부터 꾸준히 엮어온 미국 금융계와 파이낸셜분야의 인맥으로 이어진 네트워킹을 가동한 것이다.

“이것 저것 따지고 분석하고 간섭하는 투자기관이 없을 수록 신설은행을 운영하기는 편하지요. 이사회와 은행감독국 외에 제3의 감독기관을 처음부터 마련해두었던 것은 그래야만 내부 조직부터 긴장을 유지하고 훈련이 되기 때문이지요. 상장기업처럼 분기별로 실적을 공개 발표해야 하는 만큼 회계 관리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준법적이 될 수 있지요.”

어쨌든 성장을 목표로 삼은 바에야 처음부터 오픈된 경영방식은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일 아니었을까.

“당연히 성장이 목표이지만 그건 장기적이어야 합니다. 미국내에 8천여개의 은행이 있지만 그 절반은 성장이 목표가 아닙니다.은행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지요. “

이른바 가치지향적 은행(Value Driven Bank)-. 커먼웰스 은행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의 실체요, 비전의 요약된 표현이다. 즉, 당장의 이익과 실적 보다 고객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활용해서 수익성을 높이고 시장 주도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결국 커먼웰스은행은 길게 내다보고 출발했는데 성장과 비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그것도 불과 1년여만에 잡고 있는 셈이다. 한인 은행계가 커먼웰스 은행과 최행장에 대해 단순한 견제를 넘어 시기와 질투의 눈길을 갖는 까닭을 알 만하다. 이것 저것 가릴 겨를 없이 몸집 불리기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지킬 것 다 지키면서 실속마저 챙기니 말이다.

“은행이 커진 뒤에 어차피 손 대야할 일들을 처음부터 미리 해두자는 것 뿐이지요.” 

 ■ 결과 보다 과정 중시…직원 자부심 키워

2000년대 들어 LA 한인은행들이 성장의 단맛에 빠져들어가면서 영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최행장은 한미은행의 핵심간부 중 한사람으로서 성장속도를 보수적으로 조절하자는 편에 섰다.

성장에 따른 실적의 대형화 추세가 실수와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파했던 셈이다. 한미은행이라는 대형은행의 조직 틀 안에서 준법체질화를 시도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무게중심의 상당부분을 옮기는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한미은행은 성장과 더불어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었다는 게 최행장의 주장이다. 대출관리를 체계화하는 등 당시의 실무경험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지금 대부분 커먼웰스은행에서 최행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은행의 목표와 비전에 대한 이해가 이미 돼 있는 사람들이지요. 은행 감독기관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한인 은행들은 실적상 나타나는 숫자는 참 좋은 데 제대로 돼 있는 것같지는 않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런 말을 듣지 않는 은행을 만들고 싶은 것이고, 커먼웰스 은행은 그래서 설립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먼웰스 은행으로 옮겨온 창립멤버들은 한결같이 기존 은행에서 받던 보수보다 낮은 데도 최행장을 따라 나섰다. 금융계에선 이상주의자로 여겨지기까지한 최행장의 무엇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까.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실적 보다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을 중시하는 자세가 우리 행원들의 공통된 초심이었을 겁니다. 5년전에 비해 한인은행 임직원들의 급여수준은 거의 곱절 이상 늘어났을 겁니다.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와 자부심도 과연 그만큼 늘었을까요?”
결과에 대한 평가만이 퍼져 있는 풍토에서 과정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우선시하는 은행을 내세웠다는 말이다. 

물론 일부 직원들이 과거 관행에 대한 ‘수구적인 향수’를 드러낸 적도 있다. 그때마다 발휘된 최행장의 리더십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또한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해야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케팅과 규범사이에서 문제가 생길 때 이를테면 계급장 떼고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우리가 가진 목표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을 쉴새없이 강조했지요.”

은행가의 인사이동이 다반사로 벌어진 지난 1년여 동안 커먼웰스은행 창립멤버들은 한명의 이탈자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건재하다.

 ■ 은행의 경쟁력

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 최운화 행장은 어느 때보다 극심해지고 있는 은행들 간의 경쟁에서 이겨낼 역량 가운데서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은행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를 나눌 때 규제라 통칭되는 규정준수 능력과 세일즈 능력을 각 20% 씩으로 매기고 리스크 매니지먼트 능력이 60%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업을 선박에 비유해볼까요. 배를 건조하는 것은 바다에 띄우기 위한 것이지 정박시키기 위한 게 아니듯 은행을 설립한 것도 파도처럼 넘실대는 리스크의 바다로 항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리스크의 세계로 항해해 나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위험관리능력이 세일즈비중에 밀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성장과 성공의 역사만을 갖고 있는 LA 한인사회 은행들로서는 위기 관리라는 개념에 대해 체질적 경험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행장이 부르짖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은 광야에서 홀로 퍼지는 메아리같긴 하다.그러나 그 위기관리의 체질화는 이미 커먼웰스은행의 조직문화에서 필수적인 기본업무로 고착돼 있다. 그 출발선상에 있는 것이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준법절차라는 것이다.

 ■ 은행 CEO란 자리

은행의 CEO인 행장이 일반 기업체의 대표와 다른 점은 많다. 최운화 행장은 두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일반기업은 1월 1일에 제로에서 출발합니다. 은행은 12월 31일의 연속선상입니다. 은행의 CEO는 당해년도 실적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얘기이지요.

현재의 자산이 3~7년 뒤에야 회수되는 성격인 만큼 그 사이에 발생할 경제적 여건과 상황, 돌발 변수, 리스크 등을 감안해 볼 때 5년 정도 유예기간을 갖고 평가될 수 밖에 없지요.”

커먼웰스 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첫 주주총회 때 최 행장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신임을 보냈다. 그러나 최 행장은 “이사회의 평가는 무척 고마운 것이었지만 아직 빠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낮춘다.

아울러 은행 CEO는 천성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영업실적과 내부규정 준수가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확률적으로 안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경영에 있어서 관행을 타파하는 개혁과 변화를 쫓는 최행장이지만 경제이론적으로는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 커먼웰스 비즈니스뱅크 연혁

▲ 제2005년도

·3월 9일= 5055 Wilshire Blvd. 본점 오픈(자본금 2,310만달러)
·3월18일=심볼 CWBB로 OTCBB에 상장 장외거래 개시
·8월 26일=자산 1억달러 돌파(1억500만달러)
·11월 9일=첫 주주총회(이사진 유임,임직원 스톡옵션 승인)
·12월 12일=LA비즈니스저널 ‘가장 주목할만한 신생은행’ 선정
·12월 29일=자체 대출승인자격(PLP) 획득

▲ 제2006년도

·2월 16일=2005년도 감사전 영업실적 발표(총자산:$130.2M/총대출:$79.9M/총예금:$108.5M)
·3월  9일=창립1주년 기념 ‘도산 안창호 장학금’ 전달
·4월 4일=캘리포니아은행협회 주관 전략문제회의(SIS) ’1년간 주식시세상승 최고 은행’ 선정
·4월27일=LA 다운타운 신규지점 개설 승인 획득
·5월 9일=2006년 1/4분기 영업실적발표(총 자산:$148.2M/총대출:$88.8M/총예금:$126.1M)


■ 최운화 행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한국외환은행(83년)에서 금융인의 길을 출발했다. 미국으로 옮긴 뒤 프린팅회사를 3년여 운영하다 가주외환은행, 에퀴터블보험, 중앙은행 등에서 다시 금융업의 실무를 다졌다. MBA를 취득한 뒤 93년 한미은행에 터를 잡고 대출심사 등 핵심부서를 두루 경험하고 2004년까지 Chief Credit Officer와 부행장을 역임했다. 경제 일반과 금융문제에 관해 진단과 분석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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