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말로만 외치는 정치력 신장

25일(화) 오는 11월로 예정된 ’2006 가주조세형평위원회 위원직(제4지구)’에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소속 한인 샘 박(한국명 박송영·69) 후보의 첫 후원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지난 몇주간 많은 한인언론들의 친절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날 박 후보의 후원행사는 반쪽자리 행사로 진행되어져야 했다는 점에서다. 몇몇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인 노인단체 임원진 및 박 후보의 지인들의 모습만 보일뿐 그간 ‘한인 정치력신장’을 운운하는 대표적 한인단체 관계자들의 참석은 전무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미국계 지지자들의 참석이 오히려 많았다.

아무튼 오죽했으면 이날 다소 늦게 참석을 하긴 했으나 그나마 얼굴을 비친(?) LA한인회장 선거출마자 K 후보의 입에서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동시간대에 열리고 있는 미국 유력정치인들의 후원모임 자리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한인 고위급 관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과 대조를 보이는 것을 지켜보니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는 표현이 나왔을까.

물론 박 후보가 도전하는 제4지구 가주조세형평국 위원직이 ‘아시안계 아메리칸’으로 조세형평국 최고위직에 오른 중국계 존 챙 현 위원장(제4지구 위원)의 임기만료에 따른 공석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줄 수는 있다. 왜냐하면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로 나선 다수의 후보군들 중에서도 현재 중국계 아메리칸의 약진이 당연시 기대되는 탓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역발상적으로 좋게 해석한다면 이번 기회에 한인으로서 첫 출사표를 던진 박 후보가 중국계를 위협하는 수준의 득표율만 보인다 해도 한인 정치력의 신장을 꾀한 일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한인들의 경우 유독 선거철이 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소위 ‘줄서기’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한인들 만큼 “될 사람을 확실히 밀어주자”는 통념이 제대로 먹히는 사회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력후보가 낙마를 해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주자가 당선이 되었을 때 우왕좌왕 당황하는 한인 정치인들의 모습들을 간간히 목격하게 되는 것 또한 엄연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 하겠다.

가주 시니어 의회 하원의원·LA카운티 노인위원회 자문위원 등의 솔솔찮은 이력을 바탕으로 적지않은 나이에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샘 박 후보. “세명의 손주들이 자라 당당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권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며 이날 모인 소수정예의 결속력 있는 지지자들에게 한표를 호소하는 모습에서 불현듯 강인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기사마감에 몰려 ‘괜한 호기로 빠른 진행을 위해 연설을 재촉한 것은 아닐까’라는 기자의 반성을 곱씹으며 한없이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하루였다.

박상균 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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