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의 과제

새한은행이 벤자민 홍 행장을 영입, ‘빅4′에 대열을 향한 큰 걸음을 이제 막 내딛는다.

그동안 새한은 한미, 나라, 중앙, 윌셔로 일컫는 빅4와 신생은행들의 중간에 끼여 어중간한 위상을 유지해 왔다. 은행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또 대외경쟁력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특색이 없는 타운은행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새한의 행장교체는 이러한 구도를 벗어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새한 이사진은 벤자민 홍 행장이 합병을 통해서라도 대형화를 이뤄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홍행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영일선 복귀를 계기삼아 개인적인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합병이란 거사를 성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새한의 주인들과 신임 최고경영자의 뜻이 합치되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이사진들이 서로 대립하는 볼쌍사나운 모양새를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벤 홍 행장을 영입을 강행했던 것이다.

문제는 과연 벤자민 홍행장이 주어진 과제를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는가이다. 그동안의 홍행장 경륜만을 감안 한다면 홍행장은 최근 세간에서 거론되고 있는 나라 또는 제2의 타운은행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홍행장에게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투자자 및 투자기관이 뒷받침하고 있고 또 타운금융권에는 ‘홍행장 사람’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홍행장의 향후 진로는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새한 이사진과의 융화는 홍행장이 넘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이번 영입과정에서 분열된 이사회를 얼마나 빨리 봉합하는가도 중요하고 그후 이사회와 공동목표를 설정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합병이 추진될 경우 그 과정에서 이사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이사회의 내부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지게된다는 사실을 홍행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홍행장의 연령이 70대중반에 돌입한다는 것도 걸림돌이 된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70대중반에 이르면 노화에 따른 판단력, 예측력이 예전보다 뒤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걸림돌은 금융감독기관과의 관계다. 홍행장은 지난해초 나라은행의 회계문제를 책임지고 물러난 바가 있다. 감독기관이 홍행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감독기관과의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 되지 못한다면 합병추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홍행장이 제1의 합병대상으로 손꼽고 있는 나라의 경우 감독국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 3분기쯤에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다.

이번에 3년계약을 맺긴 했지만 홍행장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시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홍행장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년이란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합병의 험난한 길을 가는 과정에 앞서 지적한 숱한 걸림돌로 인해 어쩌면 2년이란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타운금융계가 홍행장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빈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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