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와 합병 신호탄 인가

한인 은행가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대통합’의 전초 단계인가.

중국계 미국인 행장을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던 나라은행이 돌연 이를 백지화, 고위간부인 한인 K씨를 공석 중인 행장 후보로 내부 인선하고 감독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라은행의 방향전환은 한인타운 금융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경영진의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나돌았던 대규모 합병설과 나라은행의 이번 행장 후보 급선회가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한인 은행권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대규모 합병설은 미주 한인사회 최대규모인 한미은행과 자산규모 2위인 나라은행의 통합을 비롯, 중앙은행 윌셔은행 등 나스닥 상장 4대 은행간의 합종연횡식 인수합병 시나리오를 밑그림으로 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나라은행의 새 행장 후보에 내부 경영인 K씨가 낙점된 것은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첫번째 수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은행권에 정통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세대교체라는 대명제를 풀기 위해 한미는 외부인사(손성원행장)을 영입했고, 나라는 수개월 동안 최고경영자를 찾지 못하면서도 내부 간부진들이 실무적으로 사령탑 공백 상태를 잘 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외부인사를 CEO로 앉힌 한미은행의 현실적인 고민과 선장이 없는 배를 잘 저어가고 있는 나라은행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두 은행간의 통합은 상호 이득이 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미은행은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인 손성원 행장이 실적은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 파고드는 힘이 약해 커뮤니티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고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인사회와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진 한인 실무진을 이끌고 가기에는 손 행장이 외부인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행장 없는 조직을 실무적으로 잘 이끌고 있는 나라은행의 인력구성은 시장의 리더임을 자처하는 한미은행으로선 커뮤니티 최대은행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더없이 탐날 수 밖에 없다. 즉, 한미와 나라가 합할 경우 세대교체라는 숙제와 인력확보라는 현실적인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나라은행이 내부 인사를 새 행장으로 앉힐 경우 한미와 합병했을 때 대외적인 상징성을 가진 경영인(손 행장)과 실무 영업력을 갖춘 로컬뱅커(K씨)를 두루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최대 은행의 경쟁력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한미은행 손 행장과 나라은행 전직 이사장의 회동 직후 이번 K씨의 새 행장 후보인선이 불거진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게 두 은행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금융계 인사의 귀띔이다. 그는 “합병작업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이지만 양측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빈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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