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권 비한인 시장 잡아라

한인 시장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왔던 한인은행들이 비한인(non-Korean)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한인 커뮤니티에서 대출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비한인 시장이 새로운 수입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공략지역으로 인식되면서 구체적인 영업계획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관심과 필요성에 비해 전체 대출에서 비한인 대출이 한인은행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지점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비한인 고객과 접할 기회가 많은 나스닥 상장 빅4 은행들 가운데 한미은행과 윌셔은행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대출의 50% 정도를 비한인 대출로 채우고 있다. 나라은행은 35%, 중앙은행은 21%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한인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리저널 뱅크’로 도약하려는 한미은행이다. 은행측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0%를 밑돌던 비한인 대출 비중은 지난 1분기 49%까지 올랐다. 한미는 현재 10여명으로 구성된 BDO(Business Development Officer)를 통해 비한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이 숫자를 2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미은행의 김혜경 데퓨티 CCO는 “베트남, 중국, 히스패닉, 중동, 인도 등의 시장을 위해 타인종 오피서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며 “결국 지점을 타인종 커뮤니티에 오픈하는게 중요한데 인력이나 위치 등의 문제가 있어 장기적으로 천천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진과 경영진에 비한인 비중이 높은 윌셔은행은 비한인 시장에 전통적으로 강했다. 얼마전까지 비한인 지점장을 두고 있던 노스리지 지점과 헌팅턴팍 지점은 전체 대출의 70~80%가 비한인 고객으로 채워져 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윌셔의 비한인 대출 비중은 50%를 넘어선다.

나라은행은 중국 시장에 대한 영업이 활발한 롤렌하이츠 및 뉴욕 쪽에서 시장 개발에 많은 신경을 쓰며 매분기마다 3% 정도씩 늘어나는 추세이며, 중앙은행은 비한인 직원 채용을 통해 비한인 고객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의 비한인 시장 공략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타인종 커뮤니티의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필요 인력 확보로 압축된다.

윌셔은행 브라이언 조 CFO는 “한인은행들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문화와는 사뭇 다른 한인들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위험도 계산(Risk Assessment)이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의 주류 은행과 입출금 거래를 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지만 대출은 한인은행들과 거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인은행권의 비한인시장 진출의 열쇠는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형은행 출신의 타인종 오피서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그쪽에서 어떤 이유로 밀려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높은 임금을 주고 고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 LA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