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은행들의 초기 설립 자본금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기업들간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의 가장 명백한 증거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은 정부 당국의 규제가 가장 심한 편인 은행업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카슨 메들린’(Carson Medlin)과 ‘SNL 파이낸셜’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5년전 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신규 은행들의 평균 설립 자본금은 2007년 현재 1,950만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93~2003년 사이 초기 자본금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시작된 은행은 9개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2006년에는 31개로 늘었고,올 1분기에만 13개의 은행이 2,0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6월 애틀랜타에 문을 연 ‘애틀랜틱 캐피탈 뱅크’가 1억2,500만 달러, 1월 피츠버그에 오픈한 ‘트라이스테이트 캐피탈 뱅크’가 8,500만 달러, 지난해 10월 탬파에서 시작한 ‘아메리칸 모멘텀 뱅크’가 1억달러 등 신규 은행들의 초기 자본금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한인 은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년여 사이 문을 연 한인 커뮤니티 은행들의 대부분이 1,0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시작하는 은행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1982년 설립된 한미은행의 설립 자본금은 당시 화폐가치로는 적지 않았지만 544만 2,500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해 9월 출범한 US메트로은행이 1,980만달러, 지난해 6월의 프리미어비즈니스뱅크가 2,000만 달러 등으로 자본금을 마련, 시대가 변한만큼 규모도 커졌다.
2002년 태평양은행이 1,787만5,000달러, 커먼웰스은행이 2,310만 달러 등 지난 4년여 사이 오픈한 대다수의 한인은행들은 1,0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뉴저지 뱅크 아시아나의 경우 2,200만 달러로, 시애틀 지역 유니뱅크는 2,020만 달러로 출발하는 등 2,000만 달러 이상되는 자본금을 가진 은행을 찾기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은 한인 커뮤니티 은행 설립 붐이 일던 지난 2002~2006년 기간에 은행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무척 높았고 부동산 활황을 탄 한인들의 경제력 성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커먼웰스은행의 최운화 행장은 “한인들의 경제력 성장이 은행의 설립 초기 자본금 규모를 크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자본금이 많다면 초기부터 큰 규모의 대출을 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너무 작은 규모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과 예금주 보호를 중요시하는 금융 감독기관들의 특성으로 은행들의 설립 자본금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염승은 기자 / 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