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5% 인하, 한인은행장에게 듣는다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인하됐다.

연방중앙은행인 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대한 불신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소비지출에까지 영향을 줘 경제 전체의 침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셈이다.

FRB의 금리 인하 조치가 당장 한인사회 경제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LA 코리안 비즈니스 또한 거시경제의 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여파와 전망을 살펴볼 만하다.

한미은행 손성원 행장, 새한은행 벤자민 홍 행장, 그리고 커먼웰스 은행 최운화 행장으로부터 FRB의 금리 인하조치와 관련된 견해를 들어본다.

정리=염승은기자 / LA


ⓒ2007 Koreaheraldbiz.com

■손성원(한미은행장)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신용경색 문제가 터질 때까지 몇년이 걸렸다. 이자율 한번 내렸다고 해서 모든 게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FRB에서 이자를 내리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자를 내리면 유동성이 늘어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FRB에서 현재의 시장 상황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한다.

0.25% 내렸으면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었겠지만, 0.50% 를 내리니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지 않은 일을 해야하는데 FRB가 매번 이자를 큰 폭으로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좋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당분간 이자는 단계적으로 소폭 내릴 것으로 본다.

이자가 내렸으니 변동 이자로 대출을 받은 이들은 금세 이자가 내려가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자가 내렸기 때문에 경기침체까지 가진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다들 좋은 일이 되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내린 게 좋다고만 할 수 없지만 결국 경기가 살아나면 은행에도 좋은 효과를 미치게 될 것으로 본다. 머니마켓 등의 상품에 예금을 한 고객들은 이자가 내려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CD처럼 이자가 고정돼 있는 상품들이 많은 소형 은행들은 더 불리하게 된다. 그동안 이자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고정이자를 선택하는 대출 고객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변동 이자를 선택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2007 Koreaheraldbiz.com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0.25% 가 되느냐 0.50% 가 되느냐의 문제였다. 0.50% 로 예측한 이들도 많았기에 크게 기대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다.

0.5% 내린 뒤 다음 번에 또 내릴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이번에 이자율을 내린 걸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분간 관망해 봐야 이 효과가 얼마나 영향이 있을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FRB는 이자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바이기는 하나 서브프라임 위기와 신용 경색 문제가 얼마나 풀릴 지는 미지수이다.

한인 은행들로서는 수익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예금 이자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지금 은행들간의 예금 경쟁으로 한인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높은 편이다. 예금 경쟁에 적극적이던 은행들은 수익에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본다. 작은 은행들의 타격이 더 심할 것으로 본다.

CD를 높은 이자로 줬지만 대출 이자는 프라임이 내리는 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간 자본 시장이 너무 타이트해 론을 팔려고 해도 쉽게 팔리지가 않았다. 좀 더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2007 Koreaheraldbiz.com

■최운화(커먼웰스비즈니스 은행장)

FRB 버냉키 의장이 보수적이고,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0.5% 나 낮춘 것은 예상을 깨뜨린 셈이다.

지금의 서브프라임 발 신용경색 사태가 예상보다 만만찮다는 걸 FOMC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지난 달까지만해도 자신만만해 했던 금융시장 사태가 꽤 심각하다는 쪽으로 연방은행의 인식이 변했음을 드러냈다.

인플레위험이 남아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제가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측면과 FRB가 예상 외로 0.5%나 인하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경제를 악화시킬수 있다는 측면, 칼날의 양면같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1차적 반응은 예상보다 경제가 나쁠 수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급등한 현상은 단기적인 이슈일 뿐이다. 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주식시장엔 늘 호재가 된다. 연방은행이 돈을 풀면 경기침체(리세션)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사태가 얼마나 나빴으면 0.5% 나 인하했겠는 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식시장의 환영분위기는 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것과는 별개다.

금리인하 조치가 주택시장을 살리지는 못한다.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50~60%  더 올라가게 되면 이번엔 무지막지한 인플레 압력으로 경제가 고꾸라질 것이다.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위기를 맞았다가 다시 고삐를 쥐려다보니 망가질 것 같다는 엄살에 이자율을 내린 것이다. 문제를 지연시키는 정도일 뿐인데 문제를 자꾸 지연시킬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심리가 투기화되면 지난 94년부터 10년간 일본이 겪은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이자율 인하에 따른 한인은행권의 영업과 관련해선 대출 비중이 큰 은행들의 수익이 떨어지겠지만 단순히 작은 은행이 예금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힘들 것이라고 일반화할 순 없다. 은행마다 수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