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중앙은행 애틀랜타 진출 의미


▲ 애틀랜타에 위치한 제일은행 본점.
류종상 기자 /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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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행장 유재환)의 지주회사 ‘센터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이 그간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제일은행(퍼스트인터콘티넨탈뱅크)을 인수하며 애틀랜타 지역 진출에 성공했다.

2년여간 발목을 잡아온 감독국으로부터의 행정제재(MOU)에서 풀려난 뒤 만들어낸 첫번째 빅딜이라는 의미 외에도 이번 인수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에서의 우려 불식
서류상으로 은행이 아닌 지주회사가 인수의 주체가 되며 은행 이름과 현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은 타지역 자본 유입에 대한 현지 고객들의 반감을 덜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는 평이다.

실제 지난 8월 LA 은행들이 제일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현지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현지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조지아 공대 한인 학생회 웹사이트의 자유게시판 코너에는 은행 매각설에 대해 ‘은행이 매각되면 애틀랜타 자금이 LA로 빠진다’는 등 한인 네티즌 들의 비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의 이름과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고, 고객들로서는 이전보다 체계적이고 큰 규모의 뱅킹 서비스를 받게 되며 이같은 불만은 수그러들게 됐다. 센터파이낸셜의 김영석 이사장은 “급하게 이 은행을 중앙은행으로 바꿀 생각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이창열 행장은 1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재 제일은행은 1인에게 최대 500만 달러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이후 대출 규모는 5000만 달러로 10배 정도 커진다”는 말로 이번 매각결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은행 외형 성장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볼때 한인은행들의 자산고 기준 순위는 38.7억 달러의 한미은행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나라가 22.1억 달러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윌셔가 20.3억 달러로 3위에 있으며, 중앙은 19.1억 달러로 4위에 올라 있다.

같은 기간 제일은행의 자산고가 2.3억 달러 정도이니 단순 비교로 제일은행의 자산고를 중앙에 더한다고 생각하면 윌셔보다 자산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은행들에게 중요한건 규모가 아닌 상품과 서비스가 되겠지만, 경쟁이 심한 은행권에서 위아래가 뒤바뀌는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

게다가 2년전 뉴욕 리버티 은행 인수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던 중앙으로서는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어느정도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애틀랜타 지역 시장 선점 효과
중앙의 제일은행 인수 이전으로는 지난 6월말 신한뱅크아메리카가 현지의 ‘노스 애틀랜타 내셔널 뱅크’(NANB) 인수가 있다. 당시 신한의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중앙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타주 지역 진출이라는 공통적인 과제를 안고있던 LA 한인은행들은 그간 뉴욕·뉴저지 지역만을 주로 생각해 왔으며, 나라와 윌셔가 이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중앙의 유재환 행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다들 가는 뉴욕·뉴저지에 꼭 갈 필요가 있나하는 판단이 섰다. 그렇기에 이번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타행들과의 경쟁을 뚫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주 지역’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던 지역적인 경계선을 애틀랜타까지 늘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상권이 형성되고 은행이 진출하기도 하지만, 은행 진출 이후에 상권이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건립중인 북미생산공장이 애틀랜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공장 설립이 마무리된 뒤 인근에 체류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인수가에 대한 우려
인수가가 장부가(Book Value)의 3배에 가깝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제일의 이 행장은 지난 8월 인터뷰에서 은행 가격이 당시 주가의 3배수 매각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은행의 인수합병 자료로 볼 때 현 주가의 2~2.5배가 평균적인 거래 시세지만 제일은행의 경우 다른 비교 은행 그룹에 비해 성장속도가 3배 이상 급성장하는 지역 은행으로 일반 은행간 인수합병 평균가 보다 높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앙에 따르면 인수가는 옵션을 모두 포함하면 장부가의 2.9배 수준이다. 신한뱅크아메리카의 발표에 따르면 이 은행의 NANB 실질 인수가는 2.2배 정도였다. 유 행장은 “커뮤니티 은행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4배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도 점차 심해질게 확실한 상황이라 가격이 적절했는지의 여부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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