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경기 활황과 한인 커뮤니티 금융업의 급성장이 맞물리며 은행 수가 14개까지 늘어났지만, 소리없이 찾아온 불경기는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고충을 더욱 크게만 하고 있다.
연초대비 절반 수준에 가까운 주가와 계속 터져 나오는 부실대출 문제는 호황기의 은행들이 너무 어렵지 않게 수익을 만들어온 후폭풍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현재 한인 은행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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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은행수 늘며 극심한 경쟁 2. 인력 부족과 서비스 저하 3. 부적절한 대출 관행 지속 4. 내실없는 외형 위주 경영 |
계속 이어질 것만 같던 은행들의 호황기가 방점을 찍은 것은 지난 1분기가 마무리된 뒤 한미은행의 실적 악화 발표가 나온 뒤부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여간 한인 은행업계는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의 호황을 맞았다. 경제 규모 성장이 가속화되며 한인 비즈니스들의 덩치와 거래 규모도 함께 발전했고 4개의 나스닥 상장 은행들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며 금융업의 수익성에 눈을 뜬 한인 재력가들이 모여 은행을 설립하기 시작하며 한인 은행의 수는 14개로 늘어났다. 한인들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의 문제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좋았을때야 경쟁 은행이 아무리 많아도 수요가 뒷받침 됐기에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에 맞춰 예금 이자 금리를 맞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의 시작은 신설 은행들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적인 예로 당시 한인 은행들의 1년만기 CD 이자는 주류은행들보다 1%씩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을 둔 은행간의 경쟁은 예금 경쟁 이상으로 치열하다. 한 대형 한인은행의 론오피서는 “아무리봐도 서류상으로는 대출 승인을 해줄수 없지만, 우리가 보내면 결국 다른 한인은행에서 해줄 것이 너무 당연해 막막한 경우가 많다”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안되는건 안된다는 원칙을 조금 벗어나더라도 경쟁에서 뒤쳐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경우에는 담보가 잡혀 있는 대출보다는 ‘비즈니스 라인 오브 크레딧’ 대출에 대한 경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업체의 거래 규모와 재정 상태에 따라 대출 금액이 책정되지만, 좋은 고객이라면 이전 은행에서 책정한 수준 이상의 비정상적인 금액을 제시하는 ‘고객 뺏어오기’가 아무 거리낌없이 이뤄져왔다. 대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되돌아 오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상황은 이전 어느때보다도 은행들간의 인수합병(M&A)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이다.
모 은행 고위급 관계자는 “지금의 한인 경제 규모라면 적어도 이스트웨스트뱅크 정도 크기의 은행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사진에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야 하느냐는 이슈는 한인들의 정서상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은행을 자신의 자식처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비즈니스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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