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주년 한미은행 조지 최 초대이사장


▲ 한미은행의 초대이사장을 지냈던 조지 최 전이사장이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개인적인 소회를 전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2007 Koreaheraldbiz.com

한인은행가에는 맨손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한인들을 믿고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 오너들의 노력이 가장 크겠지만, 이민자로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여러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한인경제 성장에 동참한다는 믿음 하나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미친 공로도 값지다.

25주년을 맞는 한인커뮤니티 ‘리딩뱅크’ 한미은행의 초대이사장을 지냈던 조지 최 전이사장을 은행 헤드쿼터 회의실에서 만났다.

오는 15일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한미은행을 바라보는 조지 최 전이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1982년 12월15일 최 전이사장을 포함한 10명의 한인이 모은  540만달러로 당시 생선가게 자리였던 지금의 올림픽 지점 자리에 시작한 은행은 이제 24개 지점에 자산규모 40억달러가 넘는 한인커뮤니티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윌셔은행의 설립이 2년 빨랐지만 당시만해도 한인커뮤니티에 집중한 영업을 하는 곳은 가주외환은행이 전부였던 시절이다.

“은행을 설립한다 했더니 영사관과 가주외환은행 쪽에서 압력이 심했죠. 한인 소상인들의 대출 수요를 제대로 소화해줄 수 있는 은행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습니다”

영사관의 훼방(?)으로 저축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도와주겠다던 미국인에게 사기를 당하며 모든게 흐지부지 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원훈 전가주외환행장이 그를 찾아오며 은행 설립 준비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신청 2년 반만에 은행 설립 허가가 나온 날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새벽 2시에 정 행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해 허가가 났다는 사실을 알려왔었죠”

최 전이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퍼시픽유니온뱅크(PUB)를 합병했던 지난 2003년 겨울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었다”는게 그의 표현이다.

“박창규 당시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회에서 고민이 많았죠. 성장하는 중인데 합병하는게 힙겹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때로는 과감성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었죠. 지금은 중앙은행장으로 있는 유재환 당시 행장의 일처리도 뛰어났고요.  결국 이 선택이 한미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최 전이사장은 이제 한미가 한인커뮤니티 은행들의 선두주자로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인 비즈니스가 지금 정도로 발전하는데 은행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한만큼 이제는 커뮤니티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 뜻이 모여 은행은 25주년 행사 대신 25개 비영리단체에 각각 2500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25년을 왔다면, 앞으로 50년 100년을 갈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이사회와 경영진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단결해 은행이 커뮤니티은행을 넘어서 리저널뱅크로 갈겁니다. 은행에 한인 1.5·2세 직원들도 더 많아야겠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오픈 시간 연장이나 주말 오픈도 생각해볼만 하지요. 이말 들으면 직원들이 싫어하겠네요. 허허허”

최근 은행이 겪고 있는 주가 하락과 수그러들지 않는 부실대출에 대한 지적에도 최 전이사장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은행의 발전은 곧 커뮤니티의 자랑 아닌가요. 모든 발전에는 항상 등락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 동부 진출도 하고 M&A도 더 해야지요. 한미에는 자신감이 있습니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또다른 25년을 향하고 있는 듯 했다.

최 전이사장은 설립 첫해인 1982년부터 7년간 은행의 이사장을 맡았으며 이후 지난해까지 이사직에 머물며 은행 발전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현재는 UCLA익스텐션, 굿사마리탄병원 등에서 한인커뮤니티와 관련된 일에 적극 참여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염승은 기자

[한미 로고는 무슨 뜻]

한미은행의 로고(사진)는 한글 ‘ㅎ’ 모양으로 생겼다. 단순히 생각하면 ‘한미’라는 이름의 첫글자를 딴 듯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집어넣는 단지를 형상화한 의미도 담겨있다. ‘ㅇ’ 모양이 단지라면 그 윗받침은 단지의 뚜겅이 된다. “고객들이 돈을 모으는 단지가 되겠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 조지 최 전이사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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