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봉사만큼 값진 선물은 없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LA 한인타운에도 2008년 새해를 재촉하는 연말연시의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죽코트에 롱부츠 그리고 산타모자를 쓴 한인들의 모습,올림픽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이 세밑 분위기를 한껏 무르익게 하고 있? 특히 요즘은 한해 동안의 회포를 풀고 학창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동창회와 송년회가 줄지어 열려 LA 한인타운의 연말 분위기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지난 달말부터 시작된 동문회와 송년회 모임은 줄잡아 100여개 정도 된다고 한다. 100여곳의 예약 인원을 감안했을 때 대략 1만~2만여명의 인원이 동원되는 연말연시 동문회와 송년회는 가히 한인커뮤니티 행사의 하이라이트라해도 무방할 듯 싶다. 참석 인원도 많지만 동문회와 송년회에서 빠지지 않는 푸짐한 경품 규모도 한인커뮤니티의 성장을 말해주듯 값진 상품들로 준비되고 있다. 이민 생활에 필요한 마이크로 오븐이나 커피메이커 등 생활 가전제품들은 이제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됐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여유가 생기면서 크루즈여행및 한국행 왕복 항공권등 1,000달러 이상되는 여행 상품이 기본 경품으로 자리잡은 지도 꽤됐다. 심지어 3,000달러 이상 호가하는 고가 제품을 내놓는 동문회도 등장했다. 모대학 동문회는 해마다 똑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식상함에서 탈피, 요트를 전세내어 선상 송년파티를 열어 타 동문회및 송년모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매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동문회와 송년모임의 화보는 참석자들의 즐겁고 유쾌한 모습을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저녁식사 후에 이어지는 여흥시간은 1년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에도 부족해보인다. 일상에서 탈피한 이색적인 복장으로 열리는 가장무도회 시간은 다람쥐 챗바퀴 처럼 도는 이민생활에 활력소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숨 죽이며 기다려지는 러플티켓의 경품 당첨 발표는 동문회와 송년모임 참석자들을 셀레게 하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동문회와 송년회가 이렇듯 LA 한인타운의 연말 연시 분위기를 대표한 이벤트로 뿌리내렸다. 행사 참석 인원과 행사 규모의 성장 등 동문회와 송년회의 외형적인 발전은 한인커뮤니티 발전에 비례하는 듯하다. 점점 다양한 성격의 동호회들이 등장하는데다 저마다 모임의 위세를 떨치려고 경쟁적으로 물량 공세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서브 프라임 사태라는 폭풍을 맞아 각종 송년모임 경기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불경기와 불황이 가속될때  삶의 무게가 더욱 더 무겁게 느껴지는 불우한 이웃들이 있다. 몇몇 동문회나 송년회는 장학금을 수여하는 행사를 마련, 연말연시의 훈훈한 온정을 나누고 있지만 대부분의 모임들은 천편일률적인 오락 행사에 그치고 있다. 1년에 딱 한번 하는 행사인데 즐겁게 먹고 마시면 된다는 논리도 수긍은 가지만 커뮤니티 발전에 발맞춰 내실을 기한 성숙된 모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정해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돌아보면 후회스럽고 아쉬운 마음만이 밀려든다. 뭔가 했다는 뿌듯한 마음을 갖고 싶어진다. 불우한 이웃들을 초대,함께 즐거움과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어렵고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치는 송년모임이야말로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선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봉사라는 이름의 선물은 언제 어디서나 값을 따질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주본사 취재팀 부장 김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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