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인 관광업계의 주요 화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분야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체질개선이었다.
주요 한인관광업체들은 올 한해동안 한국의 지자체들과 업무협력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을 위한 크루즈와 래프팅 등 신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간 손으로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업무 현황을 관리하던 아날로그 시대의 구태를 벗고 전산화로 시스템을 개선한 업체도 있었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 내 30여개 한인 여행사를 네트워크로 묶는 신규 여행전문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체질개선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여일한 과당경쟁은 아직까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체질개선의 목적이 무엇인지 갸우뚱거리게 한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여행상품별로 50~100달러 가격상승이 이뤄졌지만 그마저 매번 이어지는 연휴때마다 업체간 출혈경쟁의 결과로 무너져 버리기 일쑤였다.
과도한 제살 깎아먹기경쟁은 결국 순수익률 악화로 이어져 일부 상품의 경우 제로마진 상태로 투어를 떠나는 사례가 비일비재, 이젠 업계의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갈수록 줄어가는 수익률과 경쟁에 따른 홍보비 지출 증가는 자연히 인건비 절감 등 비용절감으로 이어졌다.
필요 인력에 비해 30~40%가량 부족한 인원으로 꾸려가는 것도 문제지만 상당수의 업체 대표가 아직도 노동법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또한 대부분의 업체가 가입이 되어 있긴 하지만 보장 내용이 현실적으로 미흡한 여행자 보험 가입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관광업계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애써 외면하려는 듯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업계는 처음으로 과도한 가격 경쟁에 따른 부작용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아웃바운드 관광비용 급증문제, 무비자 기대감으로 야기된 한국인 인바운드 관광객 급감 등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하지만 모임 발의를 누가 했느냐라는 사소한 일이 시비거리가 되면서 결국 주요 업체 대표들이 참여하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다.
불참한 업체 대표들은 “지금 만나서 딱히 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특정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모임에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드러나 보였다.
입만 열면 여행업계가 위기라고 외치더니 가격 담합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합리적인 시장질서 확립에 필요한 공정경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 동종업체끼리 어려움을 이겨나갈 길을 모색하는 일보다 누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느냐는 실속없는 자존심 겨루기가 더 중요한 것일까.
여행업계의 당면 과제가 작은 파이를 가지고 서로 피까지 흘려가며 싸워 나눠 먹기보다는 공생을 위한 파이키우기와 공정한 경쟁체제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에 업체 대표들이 과연 공감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여행업체들은 가격 경쟁 책임의 일정부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모든 회사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가격 경쟁을 부추기다 보면 자연히 출현경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보다 싼 가격을 찾는 것은 비단 여행상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소비자들이 가진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다.
여행업은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서비스가 제대로 돼 있다면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그만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있다.
한 관광업체의 가이드는 “소비자는 언제나 우리보다 많이 알고 또 우리보다 앞서간다”라고 말한다.
늘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한 그의 말은 설득력이 강하다.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높이 역시 한없이 높아만 가고 있다는 점을 정작 여행업체의 대표들만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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