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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15일 휴가를 맞아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민생탐방을 겸해 LA한인타운의 아씨마켓에 장보러 나온 민수봉 행장의 모습. 그는 쉬는 날이면 직접 장도 보며 경기가 어떤지를 확인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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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윌셔은행을 이끌어왔던 민수봉 행장(70)이 오는 31일을 마지막으로 48년간 몸담았던 은행계를 떠난다.
은퇴 뒤에는 “그동안 없었던 신앙이라도 하나 가져볼 생각”이라는 민행장은 지난 1999년 7월1일 윌셔은행장에 취임했다. 직원들에게는 자율경영을, 외부적으로는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윌셔를 만들어냈지만 올초부터 불거진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민 행장이 윌셔의 급부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는 확실히 인정받아야 한다는 평이다.
민 행장에게는 실물경제에 바탕을 둔 ‘영업의 귀재’라는 말이 자주 붙는다. 영업력을 중심으로 마케팅에서 힘을 발휘하는 타입으로, 화통한 성격과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돋보인다는 것이 주위에서 함께 해 온 이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윌셔의 강승훈 부행장은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 대출이라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셨다. 직접 가서 해당 부동산은 물론 주변 환경이나 상권까지도 꼼꼼히 둘러보는 분”이라고 말했다.
리스크가 계산된 빠른 결정과 일단 결정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리버티은행 인수를 통한 동부지역 진출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최근의 일로는 지난 5월 LA한인타운 알렉산드리아와 6가 코너에 들어서는 에퀴터블 플라자 샤핑몰내 지점 입점 경쟁이 있다. 바로 옆건물에 중앙은행의 헤드쿼터가 자리하고 있음에도 민 행장은 지점을 들이는데 성공했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위치였지만 보란듯이 일을 성공시킨 모습에 당시 타행의 한 관계자는 “민 행장 답다”는 말을 했다.
민 행장이 오랜 경험에 바탕을 둔 대국을 보는 시각과 한발 앞서 움직이는 과감함을 보일 수 있던데는 엄청난 독서량이 바탕에 깔려 있다. 타 행장들에 비해 영어에 다소 미흡했던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경제서적과 신문을 끊임없이 읽는 습관을 갖고 있다. 조앤 김 전무는 “경영이란 전쟁이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며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지로 가득해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지난 19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자율경영을 해왔는데, 직원들에게 좀 더 채찍질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든 결정에 장단점이 있듯 자신의 스타일이 항상 긍정적일수만은 없었다는 일종의 자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윌셔는 지난 1월 US뱅커가 선정한 ‘경영실적 우수 25개 은행’에 포함됐으며, 민 행장은 ‘톱10 CEO’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4월 나온 자본수익률(ROE) 기준 중형은행 경영실적 순위에서 윌셔는 3년 평균 ROE 26.04%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윌셔는 지난 5년여간의 호황기에 적극적인 영업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만끽했다. 올들어 부실대출로 인한 주가폭락으로 상황이 예전만 못한건 분명하지만 이는 지난 수년간 윌셔가 급성장을 이뤄내며 감수하기로 했던 리스크들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아니냐. 민 행장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리스크를 감수했기에 윌셔가 그간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불경기가 찾아오면 감수해온 리스크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시장경제의 법칙을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