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이 지난 10월12일 법원에 낸 소장(BC379066)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에스크로(공동대표 수잔 장, 크리스틴 정)는 총 6건의 대출 가운데 3건에서 ABC 라이센스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편법으로 미리 대출금을 지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측은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에스크로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데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 사안의 특성상 양사가 합의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데 있다. 한인 에스크로 업계에 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991년 시티에스크로의 신탁구좌 공금유용, 1996년 한인 에스크로 오피서 한모씨의 공금횡령 등이 있지만, 이번 소송과 같은 일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공금유용은 개인적인 문제지만, 계약을 올바르게 이행하지 않은 것은 에스크로라는 업종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80년 럭키에스크로 1곳 뿐이던 한인 에스크로 업계는 이제 LA 인근에만 12개 한인업체들이 경쟁하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5년여간의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다수의 업체들이 생겨나며 에스크로 시장에서 경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인 커뮤니티 사업체들의 규모가 커지고 최근에는 대형 주상복합 콘도가 연이어 들어서는 등 시장규모가 확대되자 신생업체 여럿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에스크로 업계도 불황을 맞고 있다. 시장이 좋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크게 늘어난 경쟁업체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퍼시픽 코퍼레잇 & 타이틀 서비스’의 자료에 따르면 LA카운티내 에스크로 사무실들의 최근 거래 건수는 지난 1년새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까지 줄었다. 한 에스크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야 찾아오는 손님이 많았지만 일감은 지난해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심한 곳은 반타작도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늘어난 경쟁은 이전부터 이어져온 관행과 맞물려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주택매매, 상가 신축, 대형 콘도 개발 등이 줄을 이으며 파이가 커지자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 경쟁을 뚫기 위한 몇몇 부적절한 관행이 자리잡게 것이다. 이번 유나이티드에스크로 소송의 원인도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무분별하게 이뤄져온 잘못된 관행의 하나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다른 에스크로 관계자는 “지킬건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한인 업계에서는 다소 부족한게 사실”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에스크로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