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기지 만기 집중 올 하반기가 최대위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여파가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다급해진 부시 행정부와 미 의회는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사태는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와 투자 위축,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는 미국발 경제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006년 대규모로 대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만기가 돌아오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새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더 떨어지면…프라임 대출도 문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숨겨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16%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택 압류율도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여기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 침체로 앞으로 연체율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신규 주택 건설은 1980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면 프라임(우량 담보대출) 모기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주택가격 하락→담보 대출 능력 감소→소비위축→기업의 고용과 임금 상승 억제→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굴레가 고착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 OECD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에 따른 손실 규모가 3000억달러(280조원)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제부터가 시작

=한국은행은 18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행 상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올 연말까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미국 주택경기 전망과 금리조정 대상,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예상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이같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미국의 주택경기를 예고하는 주택판매 가격과 신규 주택 판매 등 지표들이 올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미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대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성격상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과 주택시장이 조정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금융기관들의 추가 상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투자 손실 규모도 더욱 확대돼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 주택경기의 침체가 공급과잉 등으로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간 내 신용파생상품 기초자산의 질이 개선되고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한은은 관측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신용시장 경색→미 주택경기침체, 소비위축 및 경기침체 우려→주가 하락,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금리,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국내 금융 및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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